[시선뉴스 강지훈PD] 현대무용과 안무가를 병행하고 있는 댄서 이재은.
춤을 추겠다는 일념 하나로 홀로 서울로 상경한 그녀.
이번 땅콩인터뷰에서는 현대무용 안무가 이재은씨를 만나본다.

 

▲ 현대무용 안무가 이재은씨의 <신사동 호외> 작품

PD :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릴께요!
이재은 : 안녕하세요. 시선뉴스 구독자 여러분. 저는 부산대학교를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현재 프리랜서 댄서이자 안무가로 활동중인 84년생 이재은입니다. 반갑습니다.

PD : 84년생이면.. 이제 곧 30살이네요?!
이재은  : 하하하. 다들 29살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면 우울해진다고 하던데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우울)

PD : 그럼 20대 마지막은 어떻게 보낼 예정이신가요?
이재은 : 저는 올 겨울에 조용하고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요. 최근에 술자리에서 '아시안체어샷'이란 밴드랑 '고래야' 밴드 멤버 분들이랑 같이 술을 마시는데 술자리에서 태백 여행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지나고보니 너무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안들리고 조용하고 좋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가고싶은 생각이 많이나서 12월이나 1월이나 태백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가려고 해요.

PD : 태백여행..정말 재밌겠네요. 혼자가면 외로울텐데 저랑 같이 가면 어떠세요?하하하
이재은 : 남자친구 있어요.(단호)하하하.

PD : ............(무안)네..

 

▲ 20대의 마지막을 춤과 함께하는 이재은씨. 그녀는 어떻게 혼자 서울까지 오게된걸까.

PD : 그런데 사투리를 쓰시네요?
이재은 : 네! 2008년도에 혼자서 부산에서 서울로 왔어요. 서울오면 다들 사투리 고친다던데 저는 별로 고칠 생각이 안들더라고요. 보통 여자들은 서울 올라오기 전부터 서울말 쓰고 그런다던데 저는 안그렇더라고요. 하하하. 그리고 서울에서 작업할 때 사투리 때문에 웃거나 그래서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직장다니는 친구들은 회사에서 사투리쓰면 무시하거나 그런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예술계통은 아닌 것 같아요.

PD : 예술계통에 계신 분들은 다 자유로워서 그런건가요?
이재은 : 그런 것 보다는 사실은 이게 정상인거죠. 아무렇지 않은게 정상인거죠. 영어에도 사투리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일부러 사투리 아닌 영어로 하려고 애쓰지 않잖아요.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가 지방을 무시하는 그런게 있으니까 그게 더 이상한거죠. 이게 정상인건데..

PD : 그렇군요! 그런데 여자 혼자 서울로 오는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이재은 : 쉽지는 않았죠. 그런데 20살 때부터 서울을 자주 왔다갔다 했어요. 서울와서 공연보고, 워크샵 가거나 하면서 자주 왔다갔다 하다보니까 무섭거나 낮설거나 그렇지 않았어요. 친척도 있고요.

PD : 여성 혼자 살다보면 무섭고 힘든 점도 많지 않나요?
이재은 : 아! 바퀴벌레 나오면...죽이는 건 스프레이로 죽이면 되는데 치우는걸 못하겠어요. 1년에 큰 바퀴벌레를 보통 2번 정도 봤는데 이번 여름에는 새끼 바퀴벌레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어디서 알을 낳았나봐요. 정말 싫어요. 그럴 땐 혼자 사는게 무서운 것 같아요. 그리고 밥 먹는거. 혼자서 밥먹는게 싫어요. 혼자서 먹게될 땐 그냥 굶어요.

PD : 그럴때는 제가 같이 식사를 해드릴 수 있는데..하하하
이재은 : 남자친구랑 먹으면 되요. 하하하.

PD : .......(무안)네...

 

▲ (왼쪽)"혼자 서울로 온 것은 아무렇지 않아요. 하지만 혼자서 밥먹는게 싫어요. 혼자서 먹게될 땐 그냥 굶어요."

 PD : 현대무용이라 그러면 사람들이 어떤 춤을 추는건지 잘 몰라요. 간단히 설명 해주세요.
이재은 : 교과서적인 의미는 발레에서 토슈즈(발레용 신발)를 벗으면서 조금 더 '자유로워보자' 는 의미로 외국에서 창안이 된 장르에요. 그런데 지금 와서는 장르로서보다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지 않은 표현 장르로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신발을 신어도 되고, 운동화를 신어도 되고, 맨발로 해도 되고요. 원래는 토슈즈를 벗고 맨발로 하는 춤이었는데 지금 와서는 운동화를 신던, 옷을 입든 벗든, 맨발로 하든, 장소가 무대든 길거리든 모든 경계가 허물어졌어요. 요즘은 경계가 다 없어졌잖아요. 그래서 사실 현대무용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것도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춤추는 사람? 공연예술 하는 사람. 그렇게 생각해요.

PD : 그럼 비보이(b-boy)나 힙합(Hip Hop) 같은 장르도 현대무용에 속하는 건가?
이재은 : 음..비보이가 길에서 하던 것이 무대로 옮겨지기도 했잖아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같은 공연 처럼요. 그것도 다 장르로 따지긴 그렇지만 제 기준에서는 현대무용 공연으로 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PD : 뭔가 어렵네요. 그럼 전통무용과 현대무용은 어떻게 다른건가요?
이재은 : 발레도 그렇고 한국무용도 그렇고 그쪽 분야는 전통이 있거든요. 쉽게 말해 똑같이 해야하는 표본이 있다는 거죠. 클레식(Classic)곡을 악보와 똑같이 치는 것 처럼요. 그렇게 똑같이 따라하거나 전수받는 틀이 있는데 그 틀이 없다라는 것이 현대무용인 것 같아요. 창작이 가능하고 자유롭고, 개인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들어가서 개성이 있는 것들이요.

 PD : 그런거군요! 그럼 아까 '발레에서 토슈즈를 벗어던졌다'고 말씀하셨는데.. 현대무용 하시는 분들도 발레하시는 '강수진'씨 처럼 발이 많이 망가지나요?
이재은 : 아!! 그건 오해에요. 강수진씨가 예전에 다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어요. 그리고 다른 발레리나 유명한 분들도 나와서 다 그렇지 않다고 인터뷰 했었어요. 발 이쁜 사람도 많다고. 그 분이 특별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발에 상처가 나기는 해요. 물집이 잡히거나 상처가 나서 흉터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강수진씨 처럼 그렇진 않아요. 발이 못생겨야 잘하고, 발이 이쁜 사람은 연습이 부족하고 그런 건 아니기도 하고요. 그 사연이 너무 유명해져서 그렇기 비춰지는 것 같아요.

▲ "물집이 잡히거나 상처가 나서 흉터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발이 못생겨야 잘하고, 발이 이쁜 사람은 연습이 부족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PD : 어떻게 현대무용을 시작하게 됐나요?
이재은 :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 다니다가 고1 여름방학 때 재즈댄스가 한참 생겼어요. 그래서 ‘다이어트 해볼까?’ 라고 운동삼아 재즈댄스 수강을 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어서.. 그게 완전 다른세상이더라고요. 책상위에 앉아있으면 하루종일 저녁에 가서 춤출 생각 하고있고, 그러다가 이걸 계속 해야되겠다란 생각을 고2 때 했어요. 이걸 전공을 해서 앞으로 이걸 계속 해야겠다란 생각이요.

PD : 현대무용이나 발레같은 경우는 유학파 출신이 많던데..유학도 다녀오셨나요?
이재은 : 따로 유학을 간적은 없고 파리랑 중국에서 인턴쉽같은 걸 했었어요. 대학다닐 때 중국에 3개월 파리에 3개월 있었어요. 그 때 공부가 많이 됐죠.

PD : 타지에서 힘들었을텐데..어땠나요?
이재은 : 파리에 갔었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냥 좋았어요. 다 신기하고 다 좋았어요. 그 때 대학교 1, 2학년 때였는데 외국을 처음 가는거라 다 좋았던 것밖에 기억이 안나요. 아! 그리고 중국에 있을 때 숙소 밑에 길거리에서 앉아서 먹는 양꼬치 파는 소년이 있었어요. 그래서 맨날 밤에 내려가서 양꼬치에 맥주 먹고 설사했어요. 하하하. 그래도 맛있어서 양꼬치 먹고 맥주 먹고 설사하고..하하하하. 그러고 나서 한국 오니까 그 때 이후부터 양꼬치 집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많이 먹고싶어 했었는데. 그 전에는 구경도 못해본 음식이었거든요.

PD : 몸에 이상한 반응이 왔는데..그래도 계속 드신 이유가...
이재은 : 그게..길거리라서 더러워서 그런지, 질이 안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설사를 하더라고요. 하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어서 먹었다는게 중요한 포인트에요. 한국가면 못 먹을거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PD : 그렇군요. 그럼 파리에서의 에피소드는 없나요?
이재은 : 파리 갔을 때 동양인 차별을 받았어요. 샹젤리제거리에서 밥을 먹었는데 저희 테이블에만 1회용 포크랑 나이프를 주더라고요.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뭔가 제가 더러워 보였나봐요.

PD : 그래서 가만히 있었나요?!
이재은 : 그냥 째려봤던 것 같아요. 저도 너무 어려서 기죽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기분만 나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성격같았으면... 하하하하하하하.

PD : 저도 화가나네요. 그럼 앞으로 유학 계획은 없나요?
이재은 : 작년에 무용단에서 나오고 올해부터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작년 연말에 유학갈 기회가 있었는데 고민을 하던 중에 제가 서울와서 한게 무용단 활동밖에 없더라고요. 활동 영역이 넓지 않았던거죠. 그래서 아는 사람도 많이 없고 부산에서 학교를 나와서 동기들도 없고 그래서 포기했어요. 이쪽 일을 하려면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재산이 없다보니 외국 가서 공부하더라도 거기서 활동할 것이 아니라 몇 년안에 다시 돌아올거면 다시 백지 상태가 되잖아요. 그래서 외국 나가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조금 미루기로 했어요. 좀 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사람들 많이 알고, 다른 분야나 무용분야쪽으로 작업을 하면서 인맥을 넓힌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그 때 도전하려고요.

 

▲ "매일매일 행복했어요. 그래서 연습하고 집에가는 지하철에서 맨날 눈물이 났어요. 감격스럽고 작품 준비를 하고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어요"

PD : 무용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요?
이재은 : 음..한치 앞을 알 수 없으니까 불안하게 지내는게 힘든 것 같아요. 한번도 춤 말고 다른 것을 한다거나 포기한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프리랜서 하면서 올해 안무한 작품이 있었는데 그 작품이 끝나고 정산을 하니까 적자가 난거에요. 표도 많이 팔렸는데도요. 대관료나 기술비(무대, 스텝, 조명 등)그런 데 돈이 많이 들어갔어요. 그래서 정작 저랑 같이 했던 무용 파트너는 돈을 못챙겨주게 되는거에요. 근데 조명하는 분이나 대관하는 분들은 다 돈을 가져가고요. 그런데서 딜레마가 있더라고요. ‘이걸 계속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수도 있는데 마음 강하게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연 하면서 돈을 버는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그 때 정말 많이 울었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PD : 아..정말 예술하시는 분들은 돈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요. 창작에서도 힘든 점이 있지 않나요?
이재은 : 정말 힘들죠. 그런데 반대로 춤추면서 힘든 점들은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춤 이외에 오는 스트레스가 절 힘들게 하는데 작품하면서 힘든 것은 그냥 기다려요. 만약에 막히면 막히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고 그냥 차분하게 고민하고 다르게 생각하면서 스스로 억압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 같아요. 저를 괴롭히지 않아요.

PD : 그럼 창작에 있어서 막힐 때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이재은 : 글 쓰거나 일기 쓰면서 정리를 하는 것 같아요. 글로 정리를 해서 다시 처음부터 뒤집어서 보고요. 제가 의도하는 바에 대해서 정리 하는거죠. 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이게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어떻게 해야하나 그런 것들요. 아니면 그냥 영화나 잡지, 전시보고 그래요. 평소에도 좋아하거든요. 그러면 리프레쉬가 되는 것 같아요.

PD : 그렇게 힘들게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재은 : 저는 대학 졸업하고 사회 나와서 크게 2가지 경험을 했어요. 무용단 활동을 했고, 프리랜서로 일을 했고요. 무용단에 왔을 때 ‘Third Turn’이라는 작품을 했는데 그게 제 첫 번째 작품이에요. 세 번째 전환이라는 작품인데 첫 작품인데 제 비중이 컸고 매일매일 행복했어요. 그래서 연습하고 집에가는 지하철에서 맨날 눈물이 났어요. 감격스럽고 작품 준비를 하고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어요.

그리고 무용단에서 나오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올해 ‘신사동호외’라는 작품을 했어요. 그 작품도 호응이 너무 좋아서 재공연을 했어요. 나름 제가 안무한 작품이라 뿌듯했죠.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고 기대보다 잘돼서 너무 좋았어요. 사실 올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자신이 없었거든요. 두렵고 그랬는데 좋은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 "한치 앞을 알 수 없으니까 불안하게 지내는게 힘든 것 같아요. 한번도 춤 말고 다른 것을 한다거나 포기한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PD : 스스로 판단했을 때 본인 성격은 어떤가요?
이재은 : 음..밝고 명랑해요! 근데 우울할 때도 많아요. 대체적으로 밝고 명랑하게 보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세요. 그렇게 많이 비춰지나봐요. 어렸을 때부터 성격인 것 같아요. 잘 놀고요.

PD : 네! 정말 밝아보여요. 지금 성격처럼 현대무용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좀 해주세요.
이재은 : 저는 공연을 많이 보고 시야를 넓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부지런해야 되요. 제가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야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품을 하려면 춤 말고도 다른 것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춤만 잘추는 사람은 매력이 없더라고요. 하하하.

PD :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이제 마지막 인사 부탁드릴께요.
이재은 : 메리크리스마스~. 하하하. 크리스마스 따듯하게 애인이랑 잘 보네세요. 하하하.

PD : 애인 없는 분들은..어쩌죠?
이재은 : 하하하...그러게요. 그럼 그냥 메리크리스마스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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