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지도자로 유명한 셰이크 모하메드(Sheikh Mohammed)는 “시인의 마음으로 국가를 경영한다.”라는 리더십 원칙을 세우고 있다. 자신의 ‘리더십 십계명’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어떤 리더십 교과서에도 잘 나오지 않는 독특한 리더십 덕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신이 뛰어난 시인이기도 하다. 모하메드는 “만약 시(詩)가 국민의 바람, 꿈, 희망과 아픔을 표현해 내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단어의 조합일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을 정도이다.

 ‘시인의 마음으로 국가를 경영한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필자는 이 시대 지도자야말로 시대를 읽는 감수성,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감 능력,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셰이크 모하메드가 이런 마인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사막의 도시 두바이를 세계적인 꿈의 도시로 바꾸어놓지 않았을까? 필자는 이런 리더십을 ‘독창적 리더십’이라고 부르고 싶다. 비록 두바이가 부침(浮沈)을 겪기는 했지만, 모하메드가 세계인들에 새긴 그 리더십만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앨 고어(Albert A. Gore Jr.) 전 미국 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이기도 했던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2005년에 펴낸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베스트셀러를 통해 ‘미래는 하이컨셉·하이터치 시대’라고 명명한 바 있다. 핑크는, 미래는 정보화 사회에서 개념과 감성의 사회로 나아가는데, 이 시대에서는 오른쪽 뇌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잘 알다시피 좌뇌는 이성 능력을, 우뇌는 감성 능력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런 시대에서는 지능지수(IQ)보다는 감성지수(EQ)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다니엘 핑크는 이 책에서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이다. 핑크의 부연 설명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기능만으로는 안 된다, 디자인으로 승부하라. ②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안 된다, 스토리를 겸비해야 한다. ③ 집중만으로는 안 된다,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④ 논리만으로는 안 된다, 공감이 필요하다. ⑤ 진지한 것만으로는 안 된다, 놀이도 필요하다. ⑥ 물질의 축적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미를 찾아야 한다.”

   다니엘 핑크의 논지는 무척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데 어떤 인재나 지도자든 이 조건들을 두루 갖추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핑크가 요구하는 이상형 인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창의적이면서 감성적인 활동을 해 나가야 하는데, 그 실천이 결코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미래 인재에게도 가장 필요한 기초적인 훈련은 역시 글쓰기와 책읽기와 생각하기라고 확신한다. 이 세 가지가 빠진 상태에서 아무리 문화·예술 활동과 남다른 직업 활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독창성은 생기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글쓰기와 책읽기는 독창적인 과정이다. 특히 글쓰기는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독자적인 노력이다. 좋은 글일수록 작가의 영혼이 담겨 있는 법이다. 그의 꿈과 고뇌 없이는 좋은 글은 결코 나올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인 글쓰기, 책읽기, 생각하기는 정신과 육체를 짜내는 고된 노동이라 할 만하다. 이 세 가지는 논술 시험을 앞둔 대입 수험생에게만 필요한 요건이 아니다. 지식정보 시대 혹은 하이컨셉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필수조건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지도자가 되려면 많은 글쓰기, 책읽기, 생각하기라는 3다(多)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믿는다. 독창적인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면 더욱 그러하리라. 하버드 대학교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등 미국의 유수 대학들이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미국 여론 역시 대통령이 되려면 글쓰기에 능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 대통령은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등의 여러 저서를 통해 뛰어난 글쓰기 능력의 소유자임을 널리 인정받았고, 이것이 대통령으로 등극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널려 있다.

   MIT의 글쓰기 프로그램 책임자였던 제임스 패러디스(James Paradise) 교수는 ‘이공계 대학인 MIT에서 왜 학생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많이 시키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지도자에게 글쓰기만큼 중요한 게 있나요?”라고 오히려 반문한 바 있다. 또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로서 리더십 전문가로 유명했던 워렌 베니스(Warren G. Bennis)는 “지도자는 문장으로 평가받는다.”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 제33대 대통령인 헤리 트루먼(Harry S. Truman)은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같은 취지의 금언들이다.

   필자는 일전에 쓴 칼럼에서 컴퓨터 황제인 빌 게이츠(William H. Gates)가 독서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소개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IT의 대가를 통해 지식정보 시대일수록 독서를 통한 성찰성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라고 한 게이츠의 언급을 우리는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굳이 이러한 선현들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폭넓은 글쓰기와 책읽기가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지도자로 우뚝 서는 데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은 글쓰기는 물론 책읽기에 관한 한, 열등 국가이다. OECD 국가 가운데 독서력이 꼴찌이고, 우리보다 GDP가 떨어지는 후진국들에 비해서도 열세이다. 원래부터 그런 데다 정보화 이후에 더 심해졌다. IT 강국의 우울한 자화상이라고 해야 할까? 지식정보 시대에 더 소중한 독서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있는 셈이다. 그렇고 그런 정보들의 홍수에 빠져 있는 현주소를 지식정보 시대의 첨단 국가로 포장해도 좋은지 의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모방(imitation)에는 강해도 혁신(innovation)에는 약한 것이 아닐까?

   문화관광체육부는 매월 문화 강국을 위한 슬로건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정병국 국회의원이 작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처음으로 내건 슬로건은 ‘검색보다는 사색을’이었다. 평소 정 의원이 갖고 있던 소신을 장관이 되자마자 공개한 것이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상상력의 원천이고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사색을 놓치고 있는 세태에 대한 환기인 셈이다. 인간다움은 사라지고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라고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꿈꾼다. 물론, 여기서 선진국은 물질적 수준과 정신적 수준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의미한다. 물질적 수준과 정신적 수준의 향상을 위해서는 창의력 혹은 문화적 힘이 사회 전반에 넘쳐나야 한다. 이른바 ‘지식 경제’ ‘창조 경제’를 위해서도 그렇고, ‘삶의 질’을 위해서도 그렇다. 특히 지도자들이 독창적 리더십으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상당히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선진국에는 독창적인 지도자와 독창적인 국민들이 넘쳐난다.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는 독창적 리더십 또한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그가 즐겨 사용한 ‘혁신’이라는 개념 속에는 낡고 시대착오적인 요소들을 척결한다는 뜻도 담겨 있지만, 보다 창의적인 대한민국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핵심이었다고 추정한다. 한마디로 ‘안철수 현상’은 안 후보에게서 정치권에 존재하는 무수한 정치인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리더십을 발견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비록 그 꿈은 일단 유보되었지만, 독창적 리더십의 꿈은 사라질 수 없다.

   이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중에서 다음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이 나오게 되어 있다. 이 두 후보는 독창적 리더십이란 점에서 얼마나 양호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있을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다른 여러 기준보다는 이런 각도에서 살펴본다면 유익할 것이다. 물론, 후보 못지않게 후보가 속한 정당과 후보를 보좌할 참모들의 독창성도 따져야 할 점이다. 낡은 체제의 일원들로부터 과연 독창적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주문해야 한다.

   존 맥스웰(John C. Maxwell)은 “오늘은 어제 생각한 결과이다. 우리의 내일은 오늘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실패한 사람들의 생각은 생존에, 평범한 사람들은 현상 유지에, 성공한 사람들은 생각이 발전에 집중되어 있다.”라고 했다. 또한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다음과 같은 말을 후세에 전했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의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왜?’라고 말하지만 나는 과거에 없었던 것들을 꿈꾸며 말한다. ‘왜 안 돼?’라고.” 독창적인 대한민국, 독창적인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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