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루'로 디지털도어락이 설치된 빈집을 터는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빠루’ 하나 들고 서울시내 주택가를 돌며 상습적으로 빈집털이를 벌여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3년 전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다 단속에 걸려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해 온 이모(30)씨는 지난 6월부터 1년 동안 유흥비가 필요해 자신의 집 주변 다세대주택 출입문에 달린 우유주머니를 뒤지거나 집 앞 화분 밑에 숨겨둔 열쇠를 이용해 문을 따고 들어가 도둑질을 한 회수는 19차례나 됐다.

하지만 ‘디지털 도어록’이 보급되면서 열쇠를 따로 보관하는 집이 없어지자 이모씨는 ‘빠루’라고 불리는 노루발못뽑이를 이용해 디지털 도어록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모씨는 공구점에서 8,000원을 주고 산 빠루로 광진구 일대에서 현관문에 전자식 잠금장치만 돼 있는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려 아무 반응이 없으면 디지털 도어락을 뜯어내고 들어가 돈 될만한 물건을 쓸어 담았다.

이렇게 이모씨는 지난 6월부터 4개월간 18차례 3,500만원어치 금품을 훔쳤다. 물건을 처분하고 챙긴 돈 2,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을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 9월 경북 구미, 경주, 인천, 대전 등 전국을 돌며 고급 아파트만을 골라 75차례에 걸쳐 2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일당도 디지털 도어록만 골라 빠루로 범행을 저질렀다.

S보안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전기충격기로 디지털도어록에 내장된 CPU 등 주요 장치 망가뜨리는 절도 수법 때문에 잠금장치 내부를 전열 처리한 디지털 도어를 만들었다"면서도 "빠루로 디지털 도어록을 뜯는 방식은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개선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도어록과 함께 이중으로 자물쇠를 잠그는 방법 외에는 현재로서는 뚜렷한 예방대책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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