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날이다. 모두 행복하고 따뜻해야 할 시기지만 현실은 어떨까.

서울시는 지난해 어르신보호전문기관 2곳에서 접수된 노인학대사례 420건(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를 주도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아닌 아들과 딸, 배우자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시가 6일 발표한 어르신학대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노인학대는 2개 전문기관에서 월 평균 30~40건이 접수됐는데, 관련기관의 관심으로 신고 된 경우가 38.3%, 친족의 신고가 19%, 피해자 본인이 신고한 사례는 17.4%로 집계됐다.

이 통계에서는 중복 신고를 포함한 학대 행위자 482명 중 노인들의 아들이 197명으로 40.9%에 달했고, 배우자가 82명으로 17%, 딸이 74명으로 15.4%를 기록했다. 노인 학대를 저지른 가해자의 절반 이상(56.3%)이 자식인 것이다.

학대 유형으로는 소외, 언어협박, 접촉기피 등 정서적인 학대가 36.9%로 가장 많았고, 폭행, 감금, 억압 등 신체적 학대가 35.7%였다. 이어 방임 13.6%, 재산 침해 등의 경제적 학대역시 10.3%로 조사됐다.

▲ 1995년 발생했던 패륜사건이 소재인 영화 공공의 적

최근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생활수준과 의료가 발달하면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고 저출산으로 인해 노인들의 비율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구사회와는 달리 성인이 되기까지 자립심을 갖추는 것 보다는 부모에 기대 성장을 하는 편이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기대하는데, 이런 기대와 달리 생활력과 경제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노인들은 반대로 자식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경제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현실에 노부모까지 부양까지 해야 하는 부담은 자식들을 짜증과 스트레스에 내몰게 되고 이런 상황은 가정 내 불화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힘이 없는 노부모는 가정 내 최약자가 되게 되는데, 이 상황이 충동조절장애 등과 맞물려 노인학대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을 한 존재다. 자식이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했다면, 그 성장에는 부모의 피와 땀과 눈물이 거름으로 뿌려졌을 것이다. 그 희생으로 내용물이 탈탈 털려 힘없고 노쇠해진 부모의 존재를 그저 부담과 짐으로만 여긴다면 그 자식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자신의 뿌리와 존재의 근원을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패륜(悖倫)이라는 단어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지거나 또는 그런 현상이라는 말이다. 부모에게 해악을 가하는 자는 인간의 도리를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미래나 같다. 하지만 그 심각성은 점점 옅어져 가는 것이 문제다.

지난 1995년 한 대학교수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던 패륜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바 있었다. 해당 사건은 효를 중시했던 우리나라의 근간을 건드렸던 사건으로 이전에는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있었던 불한당이나 했던 행위를 고등교육을 받아 사회적 지위가 있었던 교수가 저질렀기 때문에 매우 큰 이슈였고 사회적 문제였었다. 하지만 그 후 불과 20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패륜 사건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고 크게 이슈가 되지도 않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토록 각박하고 여유가 사라지는 사회에서 점점 실종되어가는 인간의 기초 덕목인 효.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노인들의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추후 자신에게 돌아올 현실이 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모두들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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