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서울특별시] 오전 06시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실제 경계경보 발령 재난문자 내용)

지난 5월 29일 오전 6시41분, 서울 시민들은 해당 내용을 담은 재난문자 알림음에 놀라 일어나야 했다. 이날 이루어진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로 경계경보 발령 재난문자가 발송된 것. 이후 이 재난 문자를 두고 ‘왜’ 발령했으며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기지 않아 부실했다는 데에 많은 이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 같은 중요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까닭은 재난 문자는 90자로 공백 포함 글자수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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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전송된 실제 재난문자 [시선뉴스DB]

재난문자는 행정안전부, 상시 구성되는 중대본, 각급 지방자치단체 등이 질병, 재난, 전시 상황 등 국민 안전에 위해가 가해질 때 경각심을 알리고 대피하라고 알리는 기능의 일종의 경보 시스템이다. 지난 코로나 사태 당시에도 재난 문자를 통해 확진자의 동선, 검사 대상자 안내, 예방 수칙 등이 국민들에게 전해졌고, 대형사고, 지진, 집중호우, 태풍 등의 상황에도 재난 문자가 발령되며 주의를 환기 시킨다.

이러한 재난문자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글자수가 90자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해당 주무부처가 재난 문자에 담을 내용을 작성하면 오·탈자와 1통당 90자의 글자수 제한 등을 검토한 뒤 수신 대상인 지역민의 휴대전화에 발송한다. 작성부터 수신까지는 1~2분 가량이 걸리는데 재난 문자는 행정안전부가 운용하는 CBS(Cell Broadcasting System) 서비스를 활용해 발송된다.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라디오 안테나처럼 활용해 기지국 반경 내 모든 휴대전화에 동시다발적으로 문자를 전달하는 구조다.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다른 지역을 방문했을 때도 해당 지자체에서 발송한 재난 문자가 전달되는 것도 이 시스템 덕분이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지난 달 29일 발송된 시울시의 경계경보 재난문자 역시 공백 포함 총 90자였다. 평소에는 ‘주의’ 정도의 재난 문자였기에 별다른 혼란이 없었지만, 이날은 실제 전시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과 함께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기에 해당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경계경보가 내려졌다는 정보 외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스스로 ‘왜’ ‘어디로’에 대한 정보를 찾아야 했고, 이에 한동안 주요 포털 사이트는 검색량이 몰리면서 접속이 불가한 상황이 오기도 했다. 그렇게 답답함과 혼란, 공포의 시간이 이어졌고, 이후 언론과 매체에서 자세히 다뤄지며 국민들은 뒤늦게 사태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시민들은 정보가 부족했던 재난 문자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체 왜 재난 문자는 90자 제한이 있을까? 재난문자가 발송되는 토대인 CBS 서비스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90자(한글 기준)가 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재난 문자의 글자 수를 미국처럼 157자까지 늘리는 기술은 확보되어 있다. 다만, 행정안전부는 3G 휴대전화 등 일부 단말기에서 수신되지 않을 수 있고, 정보가 많으면 발송이 늦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앞으로 재난 문자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로 했다. 행안부는 이통3사, 삼성전자 등 제조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과 함께 재난문자 고도화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에서는 기존 재난문자 최대 글자수를 90자에서 157자로 확대하기로 논의했다. 왜 경보가 발령됐고,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 육하원칙에 기반한 내용을 담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각종 사고, 기상 악화 등 다양한 위험을 겪으며 재난 문자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유일의 휴전국이면서 통신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재난 문자는 과거에 머물러있다. 특히 2021년부터 재난문자 시스템 개선을 추진해 기술이 준비됐음에도 방치한 정부에 대한 질책이 나온다. 이번 경계 경보 혼란 사태를 계기로 더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가 재난문자에 담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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