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물결이 거세지면서 아시아에서 중국의 대안이 될 만한 시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글로벌 기업들은 ‘알타시아’ 전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알타시아'(Altasia)는 '대안'(Alternative)과 '아시아'(Asia)의 합성어로,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시장을 의미한다. 지난달 3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신조어로 '알타시아'를 제시하며 ▲경제 발전 수준이 높은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 ▲인구가 많은 인도/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아세안(ASEAN) 국가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캄보디아/라오스/브루나이 등 14개국을 알타시아 국가로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알타시아 14개국이 힘을 합치면 노동력, 인재, 임금 경쟁력 등에 있어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알타시아 14개국은 노동력 규모에 있어 중국을 대체 할 수 있다. 14개국의 전체 노동력은 14억 3천만 명으로 9억 5천만 명인 중국을 능가하는 수준. 게다가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 또한 중국보다 많아 인재를 확보하기에도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국가는 시간당 임금이 중국보다 낮아 임금 경쟁력에 있어서도 중국을 능가한다. 실제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의 시간당 평균 제조인력 임금은 2~3달러에 불과해 8.3달러인 중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은 높은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고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과 저임금의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제품을 조립하거나 생산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중국 시장에 집중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탈중국을 추진하는 ‘알타시아’. 이 현상이 빚어지는 데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경제적·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커졌다. 미국이 자신들이 중심이 되는 경제 공급망을 확대하려 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수출규제 등을 통해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들은 미국의 정책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공급망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알타시아’ 가속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 또한 알타시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상승했는데, 지난 10년간 중국 제조업 임금은 약 두 배가량 높아진 실정이다. 기업들은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 인건비를 낮춰야 하는데, 이러한 영향으로도 ‘알타시아’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 정부의 규제와 정책도 탈중국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 등 많은 기업의 공장들이 멈춰야 했다. 당시 상하이 봉쇄령으로 애플의 부품·조립 업체 120여 곳이 생산 차질을 빚어 출하량이 30~40% 급감하며 추정 피해액이 8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또 언제 빚어질지 모르기에 알타시아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물론 그간 중국이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시장으로 뿌리박혀왔기에 알타시아가 단시간에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주요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유지하면서 알타시아에 점진적으로 투자와 생산시설을 늘리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다만 인구감소,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의 매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까지 심해지면서 점차 알타시아의 비중과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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