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기자ㅣ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생전에 디지털에 남긴 흔적. 미니홈피 · 블로그 등에 올린 게시물 · 사진 · 댓글 · 동영상은 물론이고 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한 게임 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유산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천안함 46용사의 유족 가운데 34명이 싸이월드에 디지털 유산 상속을 신청했다. 떠난 가족의 생전 흔적을 조금이라도 더 복원하고 싶었지만, 전체 공개로 설정된 사진을 넘겨받은 25명 외에 9명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었다. 고인이 생전에 1촌 공개나 비공개로 제한한 게시물을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망이나 실종 등의 이유로 방치된 SNS 글과 사진, 동영상 등 '디지털 유산'을 고인이 미리 정해놓은 방식에 따라 유족이 승계받을 수 있는 '디지털 유산법'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오늘(25일) 디지털 유산을 이용자가 생전에 정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가 사망하거나 실종됐을 경우 사업자가 해당 계정을 휴면 계정으로 설정하고, 이용자가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 디지털 유산을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용약관을 통해 이용자가 디지털 유산을 상속할지, 상속한다면 누구에게 할지를 미리 정하게 했다. 상속자는 디지털 유산을 삭제하거나 보관할 수는 있지만, 이용자 명의로 새로운 정보를 작성하거나 유통하지는 못하게 해 악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허 의원은 “데이터 주체의 주권적 권리라는 차원에서 이용자가 디지털 유산의 승계 여부와 범위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법안을 계기로 개인의 디지털 주권이 한층 강화되는 동시에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종결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4월 11일 구글은 IT 기업 가운데 세계 최초로 자신이 죽은 후에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설정할 수 있는 이른바 ‘디지털 유언’ 서비스를 개시했다. ‘휴면계정관리(Inactive Account Manager)’라는 이름의 이 서비스는 구글 가입자가 휴면계정이 되는 시점을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사전에 정하도록 해서 가입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계정에 남은 각종 데이터를 가족이나 친구 등 지정한 사람에게 상속하거나 완전히 삭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지메일, 유튜브, 구글 드라이브, 구글 플러스, 피카사 등 구글이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에 적용된다.

한편 디지털 유산 상속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나라도 있는데, 독일이 그런 경우다. 미국에서는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 인디애나주, 오클라호마주, 아이다호주, 버지니아주 등 6개 주가 디지털 유산 상속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많은 주에서 입법화 과정에 있다.

디지털 유산 상속은 세계적 추세지만 디지털 유산에 대한 상속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이 적지 않다. ‘유족의 디지털 상속 권리’와 ‘고인의 잊힐 권리’도 그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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