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검은(black) 구멍(hole), ‘블랙홀’. 우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지의 공간으로 여겨져 온 ‘블랙홀’에 대한 연구 성과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에 의해 빛조차 빠져 나올 수 없어서 검게 보이는 천체를 말한다. 블랙홀은 예부터 많은 천문학자가 비슷한 이론을 주장했지만 그것은 그거 가설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같은 해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가 블랙홀의 수학적 해를 발견함으로써 비로소 현대물리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첫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블랙홀을 관찰하고 그 안에 비밀을 풀기 위한 여러 가지 연구가 이어졌다. 

다만, 아직 블랙홀은 미지의 영역이다. 양자역학적인 효과에 의해 블랙홀 중심은 수학적인 특이점과는 다른 상태로 존재할 것으로 예상될 뿐, 아직 양자역학이 제대로 고려된 완전한 중력이론이 없어서 물리적으로 어떤 상태일지, 어떤 시공간 모양을 가지고 있을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미지의 세계 블랙홀들은 질량에 따라 두 가지로 구별된다. 다른 별과 쌍성계를 이루며 질량이 태양의 10배 정도인 별질량블랙홀(stellar mass black hole)과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다.

그런데 최근 태양 질량의 300억 배가 넘는 괴물급 초대질량 블랙홀이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천문학자들이 거의 보지 못 한 큰 블랙홀인데다 중력렌즈 효과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처음으로 발견한 블랙홀이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더럼대학에 따르면 물리학과 제임스 나이팅게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27억 광년 떨어진 은하단 아벨(Abell) 1201에서 가장 밝은 은하 안에서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태양 질량의 327억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찾아냈다. 이는 우리 은하 중심에 자리 잡은 블랙홀의 7천배에 달하는 것이라 놀라움을 산다. 

중력렌즈 효과는 질량이 큰 천체로 인해 배경의 빛이 굴절되며 렌즈로 들여다본 것처럼 확대돼 보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은하의 빛이 굴절돼 확대된 이미지를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하고, 영국의 통합 슈퍼컴퓨팅 시설인 DiRAC 고성능컴퓨팅(HPC)을 이용해 빛이 블랙홀을 통해 굴절되는 과정을 수십만 차례에 걸쳐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통해 초대질량을 뛰어넘어 극대질량 블랙홀을 상정한 시뮬레이션에서 허블 망원경이 잡은 이미지와 일치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태양 질량의 300억 배가 넘는 이 블랙홀은 지금까지 발견된 블랙홀 중 가장 큰 축에 속하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가능한 블랙홀 상한에 있다"고 했다. 

‘초대형’ 블랙홀 이라는 점 이외에, 이번 연구가 블랙홀의 미스터리를 더 깊이 연구할 수 있게 해주는 첫 걸음으로, 이전에 여겨지던 것보다 더 비활동적이고 규모가 큰 블랙홀을 찾아내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나이팅게일 박사는 "중력렌즈 효과를 활용하면 멀리 있는 비활동성 블랙홀도 연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블랙홀 연구에 또 하나의 성과가 달성되었다. 지난 2019년 공개돼 과학계를 놀라게 하며 큰 관심을 받았던 블랙홀의 첫 이미지가 컴퓨터 기계학습의 도움을 받아 더 날씬하고 선명해진 것. 원래 2019년에 공개된 이 이미지는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처음으로 담아냈다는 큰 의의를 지녔지만, '흐릿한 오렌지색 도넛'(fuzzy, orange donut)으로 표현될 만큼 뚜렷하지는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런데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의 천체물리학자 리아 메데이로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프리모'(PRIMO)라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해 M87 은하의 중심에서 포착한 초대질량블랙홀의 이미지를 보정한 새 이미지를 '천체물리학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했다.

기존 이미지와 달리 새 이미지에서 강착 가스가 만들어낸 오렌지색 빛 부위는 더 가늘고 선명해졌으며, 중앙의 블랙홀 부분도 더 크고 어둡게 나타났다. 선명해진 새 이미지는 M87 블랙홀의 질량을 비롯한 물리적 특성을 더 정확히 측정하고 연구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성과를 이루게 해준 프리모는 다량의 학습 자료를 토대로 규칙을 생성할 수 있게 개발됐는데, 3만건이 넘는 블랙홀의 가스 강착 시뮬레이션 이미지를 분석했다고 한다. 프리모는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를 비롯해 다른 블랙홀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이처럼 블랙홀의 첫 이미지가 공개된 지 거의 4년 만에 해상도를 최대로 끌어올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이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기계학습 기술은 블랙홀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는 황금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렵고 난해한 영역인 우주 속 블랙홀. 어두운 구멍이라는 이름처럼 깜깜한 미지의 영역이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조금씩 성과의 빛이 드리워지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연구결과가 공개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