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ㅣ꼭 알아야 하는 이슈, 알아두면 좋은 이슈, 2023년 4월 18일 가장 뜨거운 이슈를 ‘팩트’와 함께 전달합니다.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저 평범하게 바라던 삶의 보금자리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세상을 등지게 되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데요. 오늘 이슈체크에서는 <극단에 내몰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대책은 없나>와 관련된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심재민 팀장) : 먼저 안타까운 소식이 또 전해진 상황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까?
(조재휘 기자) : 네, 어제(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12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A 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으며 그의 집에서는 유서가 함께 발견됐습니다. 당시 A 씨 지인이 퇴근 후 그의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A 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습니다.

(심 팀장) : 해당 여성이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습니까?
(조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로 경찰에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렸습니다. 그러나 A 씨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지난해 6월 전체 60세대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 팀장) : 그럼 A 씨는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까?
(조 기자) : 네, 해당 아파트는 2017년 준공돼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었고, 이에 따라 A 씨는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피해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새벽에 일을 나가 밤늦게 퇴근하는 등 어렵게 생활하는 중에도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며 전세 사기 피해로 인해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습니다.

(심 팀장) :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또 어떤 피해가 있었습니까?
(조 기자) : 네, 앞서 지난 2월 28일과 지난 14일에도 건축왕 B 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2명이 인천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구체적인 경위를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심 팀장) : 이러한 피해에 대해 정부의 지원 정책은 따로 없습니까?
(조 기자) :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추가 지원책에는 경매 절차가 끝나야만 받을 수 있던 전세사기 피해확인서 발급을 앞당기고 긴급주거 주택의 6개월치 월세 선납을 없애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피해확인서가 있어야 저리 전세자금 대출과 긴급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대출은 최대 3억원 이하 전셋집까지 가구당 2억 4,000만원을 연 1∼2%대 금리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심 팀장) : 대책 보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피해자들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까?
(조 기자) : 네, 이 같은 대책 보완에도 불구하고 A 씨와 지난 14일 숨진 피해자 모두 전세사기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지 않았습니다. 확인서가 있는 피해자만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이나 긴급주거 중 하나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모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아 이들이 확인서를 받지 않은 것 같다고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설명했습니다.

(심 팀장) : 도대체 ‘건축왕’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어떤 인물이길래 이렇게 세입자들의 죽음을 속출하게 한 것입니까?
(조 기자) : 세입자들이 살던 빌라나 아파트의 집주인은 명의만 빌려준 ‘바지 임대인’들이었고, 뒤에는 주택 2,700채를 보유한 이른바 ‘건축왕’이 있었습니다. 바지 임대인 뒤에 숨은 건축왕은 사업가로서 적지 않은 자금을 갖고 있었고,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사들인 뒤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1∼2개 동만 짓는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나 저층 빌라를 신축했습니다.

(심 팀장) : 이러한 수법으로 그가 늘린 부동산이 2,700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까?
(조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그가 늘린 아파트·빌라·오피스텔은 2,700채에 달했다. 그러나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은행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건축왕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아파트와 빌라가 경매에 넘어가기 시작했고,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내몰릴 상황이 된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참여연대를 비롯한 65개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자 구제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당장 거리로 내몰릴 세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될 수 있는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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