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지난 11일 발생한 강릉 산불은 주택과 펜션 등 72채를 태우고 막대한 산림 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초래했다. 정부는 이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을 정도다.

그런데 동해안 지역은 산불이 발생했다 하면 대형산불로 번지는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어 큰 문제다. 특히 해마다 봄철이면 대형산불로 인한 '화마의 악몽'이 되풀이되는데, 이 지역에서 봄철에 부는 태풍급 강풍인 '양간지풍'이 그 피해를 키우는 악재로 꼽히고 있다. 이번 산불 역시 ‘양간지풍’이 삽시간에 화마를 옮기며 대형산불로 만들었다.  

양간지풍(襄杆之風)은 봄철에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국지풍으로, 고온건조하고 태풍처럼 풍속이 빠른 특성을 지닌다. 강원도 영동지방의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에서 양강지풍라고도 불린다. 또한 거대한 산불을 야기한다고 해서 ‘화풍’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동해안은 태백산맥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바람이 더 거세게 분다. 여기에 더해 양간지풍은 '남고북저'(남쪽 고기압·북쪽 저기압)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될 때 자주 발생한다. 서풍이 태백산맥을 만나면 산비탈을 타고 오르는데 먼저 불어온 따뜻한 공기가 산맥 위쪽을 '뚜껑'처럼 덮고 있으면 산비탈을 오르던 서풍이 더 상승하지 못하고 정상을 지난 뒤 폭포수처럼 산 아래로 떨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양간지풍이다. 

양간지풍은 상층 대기가 불안정한 역전층이 강하게 형성될수록, 경사가 심할수록, 공기가 차가워지는 야간일수록 바람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산불 진화의 핵심인 진화 헬기를 무력하게 만들고, 산불진화대의 접근도 어렵게 만든다. 또 양간지풍은 산불 확산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도 일으켜 삽시간에 확산시켜 진화에 어려움을 더한다. 이처럼 안 그래도 건조하고 가파른 지형인 동해안에서 산불 발생했을 때, 양간지풍은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봄철 대형산불의 악재 중 악재로 작용한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의 실험 결과 산불이 났을 때 바람이 불면 확산 속도가 26배 이상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양간지풍이 수십∼수백m 건너까지 불씨를 옮기는 까닭에 산불 진화에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양간지풍이 부는 봄철은 동해안 대형산불의 최대 고비인 셈이다. 

양간지풍의 위력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그만큼 봄철 동해안 특유의 기상 현상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1996년 고성 산불부터 2000년 동해안 대산불, 2004년 속초 청대산(180ha)과 강릉 옥계(430ha), 2005년 양양 산불, 2013년 포항·울주 산불, 2017년 강릉·삼척 산불, 2019년 4월 속초·고성 산불 등의 화마가 덮칠 때도 양간지풍은 불었다. 산림 2만523㏊를 태우고 213시간43분 만에 진화되면서 '역대 최장기간·역대 최대 피해'로 기록된 지난해 동해안 산불 때도 발화 원인은 달랐어도 산불 대형화의 주범은 양간지풍이었다.

봄철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으로 강하게 불어 드는 건조한 바람, 양간지풍. 이렇듯 봄철 동해안 기상 특성중 하나인 양간지풍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순식간에 확산해 삽시간에 삶의 터전을 집어삼키기에 매년 봄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올 봄 역시 어김없이 양간지풍이 불었고 대형산불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큰 피해를 낳고 말았다. 불조심은 언제나 강조되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특히 봄철 양간지풍으로 인한 대형산불 피해가 반복되는 만큼 정부, 지자체, 국민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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