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무료 시음회를 가장해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수'를 나눠주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위험한 마약이 ‘마약 음료수’를 통해 미성년자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하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정부 당국도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인 ‘마약 음료수’는 필로폰 성분이 첨가된 음료수로, 범죄 일당이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행사를 가장해 이 마약음료를 학원가 학생들에게 나눠줘 큰 충격을 주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3일 오후 6시께 2명씩 짝을 이룬 일당 4명이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이 마약 음료수를 건네 마시게 했다.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 걸린 '마약 음료수' 주의 문구 현수막 [강남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 걸린 '마약 음료수' 주의 문구 현수막 [강남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은 제조된 마약음료 100병 가운데 18병이 시중에 유포됐고, 이 가운데 7병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마신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시음행사 아르바이트생 2명도 마약 성분이 든 사실을 모른 채 음료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미개봉 상태인 마약음료 36병을 수거했고, 나머지 44병은 지시를 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이 폐기 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마약 음료수’ 사건을 일으킨 범죄 일당은 피해 학생에게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낸 뒤 부모에게 연락해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신고하겠다"고 협박,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피해 학부모 7명을 협박했는데, 피해자 1명에게 1억원을 요구했고 다른 피해자들에게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가 접수된 이후 곧바로 용의자들 검거 작전이 펼쳐졌다. 음료수를 마신 고등학생 자녀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112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들을 추적해 검거한 것. 그 중 '마약 음료수'를 직접 제조한 혐의를 받는 길모(25)씨와 학부모 협박전화 번호 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김모(39)씨는 구속됐다. 길씨는 강원 원주시 자신의 집에서 제조한 마약음료를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의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보낸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구매한 뒤 우유를 섞어 마약음료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길씨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한 한국 국적의 이모(25)씨와 현지에서 범행에 가담한 중국 국적 박모(39)씨가 이번 범행을 꾸민 것으로 보고 이들의 소재를 추적하는 한편 범행에 가담한 인물이 더 있는지 파악 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 상당수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직·간접 연결된 점, 협박전화 발신지가 중국인 점 등을 토대로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을 동원해 피싱 사기를 벌인 신종 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마약음료를 나눠주며 수집한 부모 전화번호 등을 토대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가 피해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자녀가 가져온 마약음료를 나눠마신 학부모 1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으로 비상이 걸린 경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범죄 단속을 강화하는 등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피의자들을 신속히 검거하고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홍보활동을 집중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층을 포함한 마약류 사범에 대해서도 보다 강력한 단속을 추진할 방침이다.

불특정 다수의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 음료를 먹이고 이를 미끼로 가족을 협박했다는 점에서 과거에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심각한 범죄가 발생했다. 추가 피해를 막고 유사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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