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모든 문제는 내 무의식의 트라우마가 집단 트라우마에 공명하여 억압되는 현상 때문에 일어납니다." 한국EFT코칭센터 하정규 소장(54)은 무의식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이다. 그는 특이하게 외교관 출신으로 어느 계기로 인해 인생이 바뀌게 됐다고 전한다. 하정규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심리치료사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어릴 적부터 부모의 억압 속에 모범생으로 자랐지만, 공부를 싫어했고 성공시대라는 기업가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막연히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를 꿈꿨죠. 그런데 대학교 입학시험을 마친 다음 날 안 가던 전자오락실에 갔다가 괜한 시비에 말려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나뒹구는 계기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무의식은 목숨의 위협을 가하는 사건은 결사코 회피하는 방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는 고대 영문과를 갔는데 대학 신입생 때부터 남들보다 빨리 성공해서 지위와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고 그래서 4년간 힘들게 공부해서 외무고시에 합격했죠.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니 직장은 자신의 꿈과는 다르게 관료주의와 출세 경쟁에 매몰된 곳이었고 그 곳을 다시 빠져나오기 위해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의식의 트라우마는 유사한 것을 계속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 욕구나 주장을 억압하고 모범생과 경쟁을 강요했는데 공무원 직장도 같은 곳으로 느껴졌죠. 이직과 창업을 꿈꿨지만, 집안의 반대와 용기 부족으로 고민하다 우울증에 빠졌고 고통을 받다 EFT라는 기법을 만났습니다. 

Q. EFT는 생소한데 어떤 기법인가요?

A. 14 경락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트라우마 때 느꼈던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을 말해서 해소하는 독특한 기법인데 한의학에 관심 있던 미국의 정신과 의사의 발견에서 유래됐죠. 이 기법으로 효과를 경험하고 제 자신의 치유를 탐구하다 AK 또는 오링테스트 기법을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말하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오링테스트로 사람의 무의식에 150~200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을 모두 찾아 해소하여 트라우마 제로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게 되었죠. 결국 17년간 다닌 외교부를 사직하고 EFT 심리치료사가 되어 어느덧 올해로 15년 차가 되었습니다. 

Q. 그럼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사실 저희 부모님은 지금도 공무원을 그만두고 심리 치료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시죠. 우리 사회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집단 트라우마 또는 집단 강박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교의 효도 사상, 가부장제, 사농공상입니다. 낳고 길러준 부모에게 보답하자는 효도 사상은 좋은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부모 세대들은 자신의 인생이 아닌 부모에 보답하는 인생을 살도록 세뇌 강요된 분들입니다. 그렇게 억압된 부모가 다시 자식을 억압하게 되니 지금도 10대들은 사교육과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는 것만 강요되어 자아와 독립성이 성장하지 못하고 소위 캥거루족과 은둔 외톨이 문제가 양산되고 있죠.

또한, 양반 지배 사회에서 육체노동을 멸시하고 화이트칼라만을 중시한 사농공상 사상과 부모 관점에서 용기와 도전을 금기시하고 안전한 지름길과 직업선택을 강요하는 것도 집단 강박입니다. 이런 현상을 개선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의 좌절과 인구 절벽을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치료하지만, 우리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밝게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집단 트라우마는 구성원 각자의 무의식 트라우마가 서로 공명하면서 만드는 부정적, 억압적인 문화인데 개인의 무의식이 밝아지면 점차 정화 효과가 나타납니다.

알고 보니 수십 년 전 전자오락실 폭력 사건도 우연이 아니라 모범생으로 강요 받은 트라우마가 유사 트라우마를 끌어당겨 원치 않는 공무원이 되게 만든 부정적 패턴이었죠. 무의식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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