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PD의 이름이 프로그램의 브랜드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MBC의 김태호PD, CJ E&M의 나영석PD 그리고 이영돈PD 정도가 ‘이름=브랜드’가 되어 있는 정도입니다. 그 중 이영돈PD는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며, 모든 프로그램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이 붙을 만큼 자타공인 탐사보도의 1인자 PD로 불렸습니다.

1981년 KBS에 입사한 후 SBS와 KBS를 오갔던 이영돈PD는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로 이름을 널리 알린 후,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을 통해 탐사보도의 1인자 자리를 굳혔습니다.

그랬던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JTBC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이영돈 PD가 간다>가 방송 8회 만에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폐지된 겁니다.

 

사실 이영돈PD의 <이영돈 PD가 간다>는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1회 에서는 과거 자신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고, 영화 '그놈 목소리'로도 만들어지며 대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던 故 이형호 군 사건을 다시 파헤쳤고, 대한민국 10대 점술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무엇보다 먹거리에 국한된 내용이 아닌 사회 현상에 집중했다는 점에 볼거리의 다양성을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가 아쉬움과 실망감을 남긴건, 그가 그동안 가장 주력으로 해왔던 ‘먹거리’아이템 ‘그릭 요거트’편 이었습니다.

지난 15일, 22일 이영돈 PD는 건강에 좋은 그릭 요거트를 찾아내겠다고 나섰고, 당시 방송에서 제작진은 우리나라의 그릭 요거트 판매 업체를 방문해 시음을 실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판되는 요거트 중에서는 그릭 요거트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한 요거트 전문점의 제품을 먹고 난 뒤에는 "그냥 디저트 느낌이다"라고 혹평했습니다.

이에 해당 요거트 가게의 사장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이영돈 PD가 간다. 그릭 요거트 방송 왜 이런 식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일파만파 퍼지며 결국 이영돈 PD는 방송을 통해 “제작진은 촬영 당시 가당 요거트만으로 테스팅을 진행했다. 그런데 해당 업체는 무가당과 가당 요거트 두 종류를 판매 중이었다”라며 제작진의 실수를 인정, 무가당 요거트를 검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며칠 뒤, 그는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영돈 PD가 요거트 음료 모델로 활동 중'이라는 글과 사진이 퍼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JTBC는 탐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연출자이자 진행자인 이영돈 PD가 특정 제품 홍보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영돈 PD의 프로그램을 중단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이영돈PD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영세자영업자들의 식당을 찾아 검증을 나섰고, 상황에 따라 검증 기준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은 항상 문제가 됐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영세자영업자들은 법이나 언론에 대응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고, 때문에 베테랑 방송인에게 속된말로 낚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대기업의 먹거리에는 문제가 없어서 그의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것인지 의문이 갈 정도였습니다.

또한 흥미 위주의 편집들에, 사실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취재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업자들도 많았습니다. 과거 이영돈 PD가 프로그램에서 벌꿀 아이스크림 사례를 다뤄 스타 셰프 레이먼킴과 노을의 멤버 강균성이 사업에 어려움을 느꼈던 일을 밝힌바 있습니다.

물론 정직하지 않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업주에게 1차적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온 나라가 ‘경제 활성화’를 화두로 하고 있는 시점에,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망해가는 모습은 다소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습니다.

탐사보도로 많은 명성을 얻은 이영돈 PD이지만 그동안 축적된 잘못과 순간의 실수로 그의 명성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프로그램 연출가로서, 시청률과 이슈는 달콤한 설탕과 같습니다. 사실과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달콤한 설탕이 붙으면 그 설탕은 나비효과가 되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킵니다.

30여 년간 방송에 몸을 담은 이영돈PD. 의도야 어찌 되었든 이번 계기를 통해 그동안 그로인해 수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자숙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최선의 선택으로 보입니다.

지식교양 전문채널 – 시선뉴스
www.sisunnews.co.kr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