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l 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소리 없는 영화, 과연 어떤 느낌일까? 무척이나 답답하고, 어색하고 영화의 몰입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현대의 영화에서 대사, OST, 효과음 등을 포함하는,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인  ‘소리(sound)’가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1920년대 영화산업 상황을 당대 셀러브리티들의 뒷구린(?) 구석과 함께 그려낸 영화 <바빌론>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데이미언 셔젤의 영화 <바빌론>을 살펴본다.

<영화정보>       
바빌론 (Babylon, 2023)
드라마 // 2023.02.01. // 미국 
감독 – 데이미언 셔젤
배우 –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줄거리>
모든 순간이 영화가 되는 곳, 바빌론.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
1920년대 이미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배우 존 콘래드(브래드 피트), 정상에 서고 싶은 촌뜨기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정상을 바라보는 타향인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등 각자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인 사람들. 하지만 할리우드는 곧 새로운 폭풍을 맞이한다. 과연 변화무쌍한 이 곳에서 그들은 자신의 꿈을, 가진 것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
변해가는 시대상에 맞춰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
영화에서 보여주는 1920년대의 영화는 소리 없이 영상만 비추어지는 ‘무성영화’의 시대이다. 이때 당시 사운드를 입히는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배우들의 연기는 ‘행동’이 메인이 되었다. 대사가 필요할 때면 화면이 암전 되거나, 검은색 바탕화면 위로 자막을 올리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이런 영화가 1930년대 소리가 삽입되는 ‘유성 영화’로 흐름이 바뀌게 되면서 당대 탑 배우인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 새로운 기회를 노려 스타가 되고 싶은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역사에 남길 만한 큰 업적을 남기고픈 야망가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의 모습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떨어질 걱정 따위 하지 않고 오로지 ‘위’만 보고 달려가는 위태로운 ‘바빌론’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15년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시나리오
감독은 시나리오를 15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이미 <라라랜드>, <위플래쉬>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본인이 유명하기 한참 전부터 이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 감독에 따르면 내용이 영화에 대한 ‘영화’이며 또 할리우드의 ‘날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기에 본인이 이 영화를 제작하려면 자신이 어느 정도 ‘이름’있는 감독이 되어야 진행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에 시나리오를 잠시 접어 두고, 다른 영화 제작에 힘썼으며 그렇게 영화 <위플래쉬>, <라라랜드>, <퍼스트맨>으로 본인의 입지와 유명세를 다지면서 <바빌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18개월의 오디션을 통해 찾은 관객의 눈 ‘매니 토레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날것의 할리우드’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할리우드 하면 생각나는 멋지고 화려한 나날만이 펼쳐질 것 같은 환상,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현실. 그리고 현대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었던 제작 환경이 시대를 거듭하면서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외부인’의 관점에서 관객들의 눈이 되었으면 하는 인물, 매니 토레스 배역에 적합한 인물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18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멕시코 출신 신예 배우인 ‘디에고 칼바’가 발탁되었다.

라라랜드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가 들려주는 ‘할리우드’
데이미언 셔젤과 함께 영화 <위플래쉬>로 혜성처럼 나타나 <퍼스트맨>으로 필모를 우주까지 쌓아버린, 우리에게는 <라라랜드>의 OST로 너무나 익숙한 OST 장인 저스틴 허위츠가 음악감독을 맡았고 이번 <바빌론>의 OST를 맡으며 제80회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거머쥐었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한구석 쓸쓸한, 영화의 OST를 듣는 것만으로도 <바빌론>을 이미 ‘관람’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 3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 견디냐는 기우가 있다. 하지만 어느 새 영화에 ‘바며들어’ 홀린 듯이 엔딩 크레디트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는 사람 여기 손들겠다. 화려하지만 화려하지 않는, 영화 산업의 질풍노도를 담은 <바빌론>. 오늘의 영화로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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