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치타공 구릉지대의 원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 이후 방글라데시의 주류 민족인 벵골 무슬림은 전략적으로 치타공 구릉지대를 식민화했고, 그 과정에서 40만 명의 벵골 무슬림을 치타공 구릉지대로 이주시키면서 원주민인 줌머인은 졸지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줌머인은 방글라데시의 소수 민족 중 치타공 구릉지대의 선주민이였던 12개의 민족을 뜻한다.

그 후 치타공 구릉지대의 줌머인에 대한 학살은 물론 조직적인 고문과 재판 없는 처형이 일상화되었고, 결국 많은 줌머인이 인도 또는 미얀마로 도망쳤다. 여성 인권 문제는 특히 심각한데, 매년 수백명의 줌머인 여성들이 강간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있음에도 방글라데시 경찰은 줌머족의 강간사건을 대부분 접수해주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에서 줌머인을 위한 인권활동가로 활발하게 인권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라트나 키르티 차크마(41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인권 활동가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A. 전세계적으로 인종갈등이나 계급갈등, 종교갈등이 만연하고 있는데, 치타공 구릉지대에서도 줌머인들이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어떠한 차별도 없는 평화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UPDF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UPDF는 치타공 지대의 인권보호를 위하여 싸우는 단체입니다. 특히 UPDF는 치타공 지대의 완전한 자치권 쟁취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994년 방글라데시 정부와 치타공 지대의 자치세력인 JSS(조노 송호티 소미티 또는 샨티 바히니) 사이에서 평화협정이 맺어졌지만 현재 줌머인에 대한 인권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인권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치타공 지대에는 평화가 아닌 전쟁만이 남아 있습니다. UPDF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완전한 자치권을 획득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Q. 한국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A. 2000년부터 줌머인 네트워크(JPNK)가 설립되었고, 저는 2011년부터 멤버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2012년에는 부대표, 2014년에는 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줌머인 네트워크 역시 치타공 지대의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Q. 치타공 구릉지대의 현 상황은 어떤가요?

A. 현재 치타공 지대의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줌머인은 방글라데시 정부를 향해 어떠한 목소리도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는 어떠한 국제언론이나 기자들도 치타공 지대에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고, 현재 치타공 지대에는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바깥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정부는 치타공 지대는 아무런 문제없이 평화로운 상태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의 인권 실태 조사만 보더라도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일례로 2020년에는 6명의 줌머인이 군인들에게 사살당했고, 115명의 줌머인이 체포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줌머 여성 1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사살당한 줌머인들은 대부분 UPDF의 멤버들이고, 군인들은 젊은 줌머인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에는 4건의 특수작전이 치타공 지역에서 실시되었는데, 116채에 달하는 가택 수색 과정에서 6명이 사살되었고 63명이 체포되었는데 현재까지도 체포된 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19명의 줌머 여성들이 강간당했고 재산을 몰수당했습니다. 많은 줌머인들이 박해를 피해 인도 등의 인근 국가로 피난을 가야만 했고, 저도 어린 시절 치타공 지대를 탈출한 조부모님을 따라 난민 캠프에서 10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치타공 지대에 거주하는 줌머인들이 매일 마주하는 일상입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줌머인들의 문화와 관습, 종교를 무시하고 이들을 무슬림으로 개종시키려고 하는데, 무슬림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사실상 치타공 지대에서 안전하게 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탄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Q. 인권 활동을 통해서 본국에서 줌머인에 처우에 대한 어떤 변화가 체감이 되시나요.

A. 먼저 한국에 있는 줌머인 사회에는 확실히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줌머인 네트워크는 UPDF와 더불어 가장 인권보호 활동에 적극적인 단체인데 줌머인 네트워크의 활동을 통해 한국에서도 치타공 지대의 인권 상황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부수적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줌머인들 중 아이들을 포함한 40여명이 난민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 150명이 줌머인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데 그 중 50명이 아이들이에요. 이 아이들이 줌머인 네트워크의 활동을 통해서 한국에 거주할 수 있게 되었고, 안전한 한국에서 성장해서 사관학교, 패션 디자이너, 승무원 등의 직업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보면 참 보람있고 뿌듯합니다. 다만 치타공 구릉지역의 상황은 아직도 암담합니다. 아직도 본국에서는 방글라데시 군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고, 완전한 자치권도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예요. 줌머인들이 토착민으로써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운데, 그래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쉬지 않고 현지 인권 상황을 알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Q. 방글라데시 정부는 UPDF의 활동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A. 본국 정부는 UPDF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고, 당연히 UPDF를 해체하고 소멸시키려고 합니다. 이미 방글라데시 정부는 치타공 지대의 줌머인 사회를 파괴하려는 조치를 수없이 많이 시행했어요. 그러한 정책 중 하나가 UPDF를 약화시키기 위해 서로 반목하는 여러 이익단체들을 지원, 조직한 것입니다. 극심한 탄압으로 현재 UPDF 지도부도 인도, 태국, 미얀마 등지로 흩어진 상황입니다.

Q.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하고 싶으신 당부의 말씀이 있을까요.

A. 방글라데시 정부와 군부의 치타공 구릉지대에 대한 인권탄압은 참혹하기 그지없는 현실입니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줌머인에 대한 차별정책과 인권탄압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국사회와 한국시민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사회 자체가 과거에 독재정권의 인권탄압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이를 극복하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한 매우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데, 방글라데시도 한국처럼 시민의 기본권과 자유권이 보장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한국에 거주하는 줌머인들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줌머인 네트워크나 UPDF의 치타공 지대의 인권보호 활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방글라데시 치타공 구릉지대의 인권 탄압과 우리의 인권보호 활동은 단지 국지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국제사회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례에 어떻게 대처하고 대응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 지구적인 문제이고, 특히 미래 세대에 인류가 어떻게 단합하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더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선물하기 위해 모든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은 더 결속되고 강력한 운동을 구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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