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최근 드라마와 영화, OTT를 중심으로 ‘실제 사건’을 다루며 몰입도를 높인 작품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픽션과 논픽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화제작 무엇이 있을까.

우선 국내외에서 상위권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더 글로리’를 빼놓을 수 없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의 인생을 건 복수극,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해당 작품에서는 학폭의 방법으로 ‘고데기’ 학대가 나와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하는데, 영화 소재로도 과장은 아닐까 싶던 이 폭력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 더욱 공분을 산다.

'청주 여중생 고데기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2006년 청주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드라마의 장면과 유사하게 중학교 3학년 학생 3명이 동급생인 피해자 A씨에게 고데기로 팔에 화상을 입힌 사건으로 가해자들은 무려 20일간 A씨의 팔을 고데기로 지지고 야구 방망이, 주먹 등을 이용해 폭력을 가했으며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충격적인 사실, ‘더 글로리’ 드라마와 달리 고데기로 화상을 입힌 장소는 체육관이 아니라 교실이라고 밝혀졌다. 드라마가 오히려 더 순화한 셈. 특히 한 매체에 따르면 이 사건의 가해자는 가정법원의 보호처분만을 받아 전과조차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법원은 ‘고데기 학폭’ 가해자의 소년원 송치 등 강한 처분 대신 부모님, 법무부 보호 감찰관의 주기적 보호관찰을 받는 수준의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으며 이는 소년법 제32조(보호처분의 결정)에 명시된 소년원 송치 등보다 수위가 낮다.

또 다른 넷플릭스 화제작 ‘수리남’ 역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수리남’은 남미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하는 한국인 마약왕을 체포하려는 정부의 비밀 작전에 한 평범한 사업가가 합류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리즈로 많은 이들이 시청한 인기작이다. 이 작품은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조봉행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거주하면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하다가, 국정원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브라질 경찰과의 공조 작전으로 2009년에 체포되었다. 조봉행 검거 작전에 그로 인해 사업에 실패했던 사업가 ‘K씨(극중 하정우 역할)’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을 맡은 윤종호 감독은 3년 동안 마약왕 옆에 있던 실제 주인공을 만나며 콘텐츠를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수리남’은 주요 캐릭터를 실존 인물의 상황 그대로 따른 것으로 유명한데, 일례로 극 중 결혼을 할 사람을 찾기 위해 지인에게 전화를 돌리다가 결혼한 강인구(하정우)·박혜진(추자현)의 설정 또한 실제라 놀랍다.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로, 전체적으로는 픽션을 무게로 두지만, 일부는 삼성 그룹의 창업주이자 회장이었던 故 이병철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초밥 밥알이 몇 개고?"는 '재벌집 막내아들' 속 대기업 회장인 진양철(이성민)이 남긴 명대사다. 해당 장면은 진양철이 자신의 장남 진영기(윤제문)의 행실이 못마땅해 그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 대기업의 회장의 위압감을 선보이기 위해 연출된 장면인데, 이 부분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故 이병철 회장은 신라호텔에서 일하던 유명 일식 조리부장에게 틈만 나면 연수를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 회장은 연수에 다녀온 조리부장의 초밥을 맛보며 "초밥 한 점에 밥알은 몇 알이냐"고 질문했고, 이에 조리부장은 당황해 그 앞에서 밥알을 셌던 일화는 아직까지도 전해진다. 대기업 총수의 일화를 적절한 상황에 각색해 자극적인 요소로 사용한 것이다. 

최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임순례 감독의 영화 '교섭’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교섭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탈레반 인질이 된 한국인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다. 

2007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샘물교회 피랍사건’. 23명의 한국인 선교단이 아프가니스탄의 무장단체 탈레반에 납치됐던 극적인 실화가 영화 ‘교섭’의 바탕이 된 것으로, 당시 피랍자들은 정부가 여행 제한국으로 설정한 아프간을 선교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이유로 많은 지탄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피랍된 선교단 인질들이 아닌,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현실 속 사건이나 일화들이 다양한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실화 바탕 작품들이 제작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대중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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