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정치권이 연일 이슈다. 그 중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어온 나경원 전 의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부위원장직 사표를 제출하며 그의 행보에 더 주목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놓은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 아이디어를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어왔다. 정부 정책 기조와 정반대라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한 복지부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언급했다. 나 전 의원이 언급한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은 대표적 저출산 국가였던 헝가리에서 2019년 2월에 실시한 정책으로, 결혼하면 4천만 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전환, 둘째·셋째 출산 시 각각 원금 일부 또는 전액을 탕감해주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4천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지만, 헝가리에서는 일반 직장인의 2년치 연봉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욱 파격적인 제도로 볼 수 있다. 

나 전 의원이 거론한 제도는 이 헝가리 출산 장려 정책을 본뜬 것으로, 결혼하면 초저금리로 2억원 정도를 주택자금으로 빌려주고 첫째 아이를 낳으면 이자를 깎아주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의 일부를 탕감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헝가리 출산 장려 정책은 나 전 의원만 거론한 것은 아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이 제시했던 이른바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에 대해 "홍준표 (전) 대표가 전당대회 때 나와서 얘기한 제도"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 발언대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021년 대선후보 경선 때 "지금 헝가리 같은 경우에는 2019년도 2월에 실시한 정책을 보면 결혼 시에 4000만원 대출을 하고 아이 낳으면 이자 면제하고 그다음에 둘 낳으면 원금 3분의 1 탕감을 하고 셋 낳으면 전액 탕감을 해 준다고 한다"며 "파격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정치적인 이슈를 떠나서 헝가리의 저출산 해법은 효과를 거두었을까? 수치적인 결과로만 보면 그렇다. 헝가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다. 1981년 인구 1070만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약 40년 동안 새로 태어나는 사람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많아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경에 도달했다. 40년 동안 이렇게 자연감소한 인구만 127만명에 달했을 정도. 합계 출산율 역시 1.23명으로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하위권이었다. 

그런데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통한 대출과 탕감 지원을 시행하자, 정책 발표 7개월 만인 2019년 9월 기준 결혼율이 약 20%가 상승하며 3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합계출산율도 지속적으로 상승, 2020년 기준 1.52명을 기록했다. 이는 EU국가 27개국 중 1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물론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이 수치상 효과를 봤다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출산한 부부, 불임 및 난임 부부와의 형평성 문제를 꼬집고 있고, 일각에서는 출산이 빚을 탕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출생아 수는 26만 562명으로 2020년 27만 2337명보다 1만 1775명(4.3%) 감소했으며, 합계출산율 또한 0.8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출생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최저치다. 대한민국은 지난 15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380조가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이것이 무색하게도 출산율은 점점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을 떠나 현재 인구절벽 문제는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이다. 헝가리식 대출 탕감이든 아니든,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국가적 위기 앞에 선 국민들은 ‘잡음’ 보다는 진심어린 소통과 고민이 만들어 주는 화음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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