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기자ㅣ10·29 이태원 핼러윈데이 축제 대규모 압사 사고의 주요 원인은 ‘군중 유체화’ 현상이었던 것으로 경찰이 결론을 내렸다.

군중 유체화 현상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걸을 수 없는 현상을 뜻한다. 서퍽 대학의 키스(G. Keith Still) 교수에 따르면 군중유체화 현상은 통상 1㎡당 7명 정도의 사람이 몰려있을 때 발생한다. 적은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신발이 벗겨지거나 옷이 찢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며 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압력에 의한 질식, 주변 사람의 열로 인한 기절, 군중 속 불안증세로 인한 호흡곤란 등으로 의식을 잃은 사람도 나타나게 된다. 

경찰의 사고 발생 당일 현장 CCTV 분석 등에 따르면 핼러윈데이를 앞뒀던 당일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는 해밀톤호텔이 위치한 T자형 삼거리를 중심으로 오후 5시경부터 인파가 지속 유입하기 시작하며 오후 8시30분쯤부터 인파 밀집도가 최고조에 이르며 극심한 정체가 발생했다. 오후 9시 이후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T자형 삼거리 좌우로 군중의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자신의 의지에 의한 거동이 어려운 군중 유체화가 발생하면서 정체와 풀림을 반복했다. 

'군중 유체화' 상태일 때는 누군가 의식을 잃어도, 강제로 떠밀려 계속 이동하게 된다. 인파에 떠밀려 자의적으로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중의 밀집도가 낮은 부분에서 누군가 넘어지게 된다면 뒤에서 떠밀려 오던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져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는 더크 헬빙(Dirk Helbing)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수팀이 2006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10배속으로 재생한 결과 군중 속 개개인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정해지지 않은 여러 방향으로 강제로 떠밀렸다. 넘어진 사람들의 뒤편에 있던 군중도 강제로 떠밀리며 이미 넘어진 사람들을 밟기 시작했고 넘어진 사람들은 다시 장애물이 되며 이같은 현상이 확산했다.

10·29 이태원 핼러윈데이 당일 오후 9시부터 9시10분까지 4건의 112신고가 연달아 접수되는 등 세계음식거리 인파 밀집으로 인한 위험이 감지됐으며 오후 10시쯤 사고 발생 골목에서 내려온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나온 인파로 인해 차로까지 밀려 내려오는 등 인파 관리가 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 지속했다.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13분경에는 군중의 밀집이 더욱 심화하면서 T자형 내리막길을 통해 인파가 떠밀려 내려오는 등 군중 유체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 사고 당시 부상자들은 “대부분 인파에 밀려 강제로 사고 지점으로 가게 됐으며 파도타기처럼 왔다갔다하는 현상이 있었다”, “뒤에서 파도처럼 밀리는 느낌을 받았고 미는 힘 때문에 자꾸 공중으로 떠서 발이 땅에서 떨어진 상태” 등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과 국과수 조사에 따르면 최초 전도 지점부터 약 10m에 걸쳐 끼임이 발생했고, 넘어진 사람들의 눌림과 끼임으로 발생한 압력으로 158명이 질식 등으로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검사 결과 사인은 ‘압착성 질식사’와 ‘뇌부종(저산소성 뇌손상)’ 등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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