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지난달 29일 4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건. 이날 오후 1시 49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5t 폐기물 운반용 트럭에서 불이 났고 이 불은 방음터널로 옮겨 붙었다. 총 길이 830m 방음터널 가운데 600m 구간을 태운 이 불로 5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다.

방음터널은 도로와 인접한 아파트 등의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설치되는 터널이다. 방음터널은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폴리카보네이트(PC), 강화유리 등이 자재로 사용된다. 이 중 강화유리만 불에 타지 않는 불연 소재이고, PMMA와 PC는 불연소재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화재 참사가 난 방음터널 벽과 천장에 설치된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제 뼈대 위에 아크릴 소재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재질의 반투명 방음판을 덮어 만든 것.

아크릴 소재인 PMMA는 강화유리보다 햇빛 투과율이 높은 데다, 충격에 강하고 시공도 간편해 폴리카보네이트(PC)와 함께 방음벽 소재로 널리 활용된다. 특히 PMMA는 투명도가 높고 성형이 쉬우며 흡음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다른 재료보다 단가도 저렴하다. 따라서  가성비가 좋다는 방음터널 자재로 사용됐다. 하지만 문제는 휘발성 유기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불이 쉽게 붙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방음터널은 이름은 터널이지만 터널로 관리되지는 않다 보니 계속해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방음터널은 소방법상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소방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고, 정밀 안전진단이나 시설물 안전진단 대상도 아니다. 일반 터널에는 불연성 소재를 쓰게 돼 있고, 방음터널도 이를 준용한다고는 하지만 재질에 대한 기준은 미비하다. 특히 연구기관들이 도로 방음 자재의 화재 취약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거듭 발표했으나 이번에 불이 난 방음 터널 소재는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이런 경고를 무시한 채 계속 사용됐다.

그래서일까 PMMA 소재 방음터널 내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8월에도 광교신도시 하동IC 고가도로에 설치된 방음터널에서 승용차에 난 불이 번지며 터널 200m가 불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는 새벽 시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번 방음터널 참사를 계기로 국토부는 이미 쓰이고 있는 PMMA 소재 방음터널은 전면 교체하거나 부분적으로 내화성 도료나 방화 보드로 보강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의 방음터널을 전수조사하기로 했고 불이 난 방음터널과 비슷한 재질로 계획됐거나 시공 중인 방음터널 공사는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또 터널 상부가 열리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화재 대피와 구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조치도 강화할 방침이다.

참고로 정부에서 관리하는 방음터널 중 PMMA 소재를 사용한 곳은 불이 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와 금토대교 2곳, 수성IC 인근 대구부산선 내 3곳, 무안광주선 내 1곳 등 총 6곳이다. 한국도로공사에서 관리하는 무안광주선 1곳 외 나머지 PMMA 터널은 모두 민자고속도로 구간에 있다. 국토부는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방음터널 현황을 파악 중인데, 이들을 합치면 100개가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방음터널 화재가 일어나기 전까지 여러 차례의 '경고음'이 울렸다. 이번 사고 역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미뤄왔던 정부의 업무 태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문제 해결이 미뤄진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빠르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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