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신년을 앞두고 이들을 비롯한 1천373명에 대해 28일자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8·15광복절 특사에 이은 두 번째 특사다.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 9명, 공직자 66명이 사면·감형·복권된다.

이번 특사엔 광복절 특사에서 제외된 여야 정치인 출신 공직자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횡령·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3년 신년을 맞아 사면·복권된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94억원의 뇌물수수와 252억원의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180억원·추징금 35억원을 확정받았다. 1년 8개월 동안 복역한 그는 건강 문제로 형 집행이 정지돼 치료받다가 이번 특사 대상자가 됐다. 그는 15년의 잔여 형기뿐 아니라 미납 벌금 82억원도 면제된다.

정부가 신년 특사 대상자를 발표한 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잔여 형기가 5개월 남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이번에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복권은 되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김 전 지사는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다만 복권 대상에는 들지 못해 2027년 12월28일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정부는 김 전 지사의 범행이 대선 과정에 이뤄진 대규모 여론조작 사건이었고, 당시 그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했을 때 복권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끼워 넣은 '들러리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면 불원서까지 제출한 김 전 지사를 끌어들여 사면한 것도 황당하다"며 "10년 이상 형이 남은 범죄자와 곧 만기 출소를 앞둔 사람을 같은 무게로 퉁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 출신 주요 인사도 대거 사면된다. 박근혜 정부 인사로는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비서관들,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불법사찰 의혹에 연루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복권된다.

국정원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이달 16일 집행유예형이 확정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도 형 선고 실효(집행유예·선고유예 판결 효력을 없애주는 것)와 복권 조치된다.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 관여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복권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책임이 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았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잔형 면제·복권된다. '국정농단 CJ 강요미수'에 가담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특활비 상납 사건에 연루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도 함께 복권된다.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 중에선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잔형 면제 및 복권),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복권) 등 사면 대상에 올랐다.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총 징역 13년을 확정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잔형 감형' 대상이 돼 남은 형기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의 남은 형기는 7년 남짓으로, 이번 사면으로 약 3년 뒤 출소하게 된다.

'댓글수사 방해' 사건에 연루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국정원 특활비 불법수수' 의혹을 받은 김진모 전 청와대 비서관은 복권되고, '어용 노총 설립 지원' 의혹을 받은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형선고 실효 및 복권된다. 이 밖에 '군 댓글공작'에 연루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형 집행 면제 및 복권),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복권) 등 군 관련 인사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현 정부 인사 가운데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 선고 유예를 확정받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형 선고 실효됐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최구식·이병석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완영 전 자유한국당 의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 등 여야 정치인도 사면된다. 강운태 전 광주광역시장과 홍이식 전 화순군수도 대상이다.

정부는 자유한국당 권석창·미래연합 이규택 전 의원 등 18·19대 대통령선거, 20대 국회의원 선거, 6·7회 지방선거 사범 1천274명도 복권했다. 이미 한 차례 이상 출마 제한 불이익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 이 밖에 임신 중인 수형자 1명, 생계형 절도 사범 4명, 중증 환자 3명 등 특별배려 수형자 8명 등도 사면됐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을 앞둔 27일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을 통해 국민 통합 메시지를 발신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윤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동시에 사면하는 등 여야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 관행적인 불법 행위에 관여한 공직자들을 대거 사면하는 대신, 지난 8·15 특사 때와 달리 경제인 사면은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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