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 =이윤아Pro | 한국의 근로시간 제도가 산업환경에 맞지 않게 경직돼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제조·생산직에 맞춰 만들어진 획일적 규율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근무 형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는 일정 이상의 연간 임금소득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연장근로수당과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미국의 근로 제도를 말한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대상은 고위관리, 행정직, 전문직, 컴퓨터 관련 종사자, 외근 영업직종 등 일정 수준의 직급 및 연봉을 받는 화이트칼라직 종사들이다. 화이트칼라 종사자들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업무의 성과나 질을 측정하기 어렵다. 즉 이들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제도가 바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 화이트칼라 비중이 많아지면서 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5일 발표한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전체 취업자 중 화이트칼라 비중이 많이 증가했다. 1963년 18.3%였던 화이트칼라 비중은 지난해 41.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판매직 비중은 41.4%에서 22.5%로, 블루칼라 비중은 40.3%에서 36.0%로 낮아졌다.

상황이 이런 만큼 대한상의는 산업·업무의 특성, 근로 형태의 다양성 등을 고려해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외에도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중 하나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특정 직무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거나, 노사가 합의를 통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다. 미국은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부적합한 전문직·관리직·고소득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두고 있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일자리 나누기를 촉진하기 위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하였다.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주급 455달러, 연봉 10만 달러 이상 받는 사무직 근로자가 이 제도의 대상이다. 이에 따라 일정액의 연봉을 받는 화이트칼라 근로자는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수당을 받을 수 없는 대신 추후 업무성과를 토대로 급여를 받는다.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화이트칼라 직종의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영국은 근로계약을 통해 최장근로시간인 1주 4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도록 약정하는'옵트 아웃 제도'를 두고 있다.

대한상의는 "탄력·선택·재량 등 유연근로제를 기업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노사가 협의와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배제 할 수 있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자율적 편성을 기업의 사정에 맞도록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영국·프랑스처럼 노사협정에 의한 자율적 규율 허용하는 근로시간 자유선택제(옵트 아웃)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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