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ㅣ미연은 남편과 이혼소송 절차를 밟으며 별거 상태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4살 된 딸이 있었고 미연은 직접 아이를 돌보기 위해 다른 지역의 친정집으로 데려왔다. 회사를 다니느라 하루 종일 아이를 볼 수 없었던 미연은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하는데, 문제는 주소지였다. 

어린이집에 등록하려면 아이의 주소지를 자신의 친정집 주소지로 이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배우자의 동의 없이는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연은 어쩔 수 없이 근처에서 남편 이름의 도장을 만들었고 이를 아이 전입신고에 사용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남편은 사인을 위조했다며 미연을 고소한다. 이혼소송 중 남편 도장을 위조한 아내, 아이 전입신고에 이용하면 범죄일까?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형법상 죄가 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이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이고 결국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서 판단하게 된다.

미연이 위조한 도장은 전입신고를 위해 한 차례 사용되었을 뿐이고 그 위조로 인해 남편의 사회적 신용이나 상거래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다. 반면, 남편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미연과 아이의 이익이 크게 침해받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고, 부부의 일상가사대리권이 이혼 소송의 시작만으로 소멸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부부가 별거하더라도 자녀 양육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는 부부의 일상가사대리권이 잔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다. 아울러 미연이 아이를 데려갔다는 점을 남편이 알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미연으로서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면 미연의 행동은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처벌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인장을 위조해 불법적인 곳에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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