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좌),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중),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는 “지휘관의 첫 번째 자격 요건은 냉정한 두뇌, 즉 사건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머리이다. 그는 좋은 소식에 우쭐거리지 말아야 하며, 나쁜 소식에 의기소침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것은 모든 전쟁에 통용될 수 있는 말이다. 선거에 임하는 지도자 역시 명심해야 할 금언이라 할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양상이다. 지금의 여론조사로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에 박근혜 후보에게 쉽게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점에 가서 시너지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이다. 게다가 두 달은 선거 판도가 얼마든지 뒤집힐 수도 있는 시간이다. 여론조사 결과의 등락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는 당연히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고 3자 대결 구도로 전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리고 단일화가 되더라도 경쟁이 치열한 나머지 상호간에 앙금이 생기면 시너지 효과의 반감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박근혜 후보 진영의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양자 대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박근혜 후보는 나름대로의 능력과 매력을 갖고 있다. 특히 남다른 품격과 ‘위기 관리 능력’은 큰 자산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점이 불리한 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수도 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 또한 보수 진영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신분은 자신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박근혜 후보가 자초한 측면이 더 강하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이라는 이미지도 박근혜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웰빙 정당과 부자 정당이라는 새누리당의 부정적인 이미지 또한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선거대책위원회에 이런저런 사람들을 영입했지만, 언론의 평가와는 달리 국민대통합과 정치 쇄신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박근혜 후보의 확장력에 의문 부호가 따른다. 진영 내 지도자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지상전 중심의 선거 조직이라는 점이다. 이미 캠페인 패턴이 TV 토론, 인터넷 등의 공중전으로 변한 지 오래 되었는데도 공중전의 대비가 약한 편이다. 공중전에 능한 당 안팎의 인재들을 두루 영입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미 포진해 있는 인재들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특유의 공룡 정당이라는 모습에다 측근들의 인사 전횡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대세론의 미몽(迷夢)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후보가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은 간단명료하다. 자신과 새누리당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약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 기득권 속에는 앞서 언급한 부정적 측면과 함께 그동안 견지해 온 잘못된 고정관념도 포함된다. 이에 대한 개선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가 아니면 패배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후보는 착하고 겸손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은 국가 경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비교적 일천한 정치 경력도 정치 쇄신이라는 국민적 요청에 어울려 오히려 장점이라 할 만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과 ‘노·사·모’라는 충성심 강한 조직의 지원도 민주당 경선에 이어 본선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선거에는 귀신’이라는 민주당 사람들에게 거는 기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정치 경력이 짧아서인지, 준비 부족 때문인지 뭔지 모르게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왜 문재인이 되어야 하는가’를 홍보할 만한 소재가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파워도, 메시지도 약하다. 의외로(?) 지지도가 높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의 소극적 지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설령 야권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저런 모습으로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안철수 후보가 고공행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라는 거대 세력을 갖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을 혁신해야 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서 민주당의 혁신을 주문한 바 있는데, 안철수 후보의 요구도 요구려니와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민주당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루아침에 민주당을 환골탈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민주당의 쇄신을 포함한 강도 높은 정치 혁신 약속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아직 그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약점을 제대로 보완할 수는 없다. 문재인 후보와 이해찬 대표가 공언한 대로 ‘무소속 대통령’은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통해 야권 지지자들을 문재인 후보로 결집하는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개인기보다는 조직력과 진영 논리로 싸우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일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의 경쟁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에다 강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안철수 후보가 국무총리를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한다면 그 파괴력은 작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도 정반대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득표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기존 정치권과 정치 지도자들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기대주로 떠올라 있다. 안철수 후보는 착하면서도 강단 있고,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진취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세 후보 중에서 안철수 후보가 품질과 디자인 그리고 포장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젊은 층과의 끊임없는 소통이라는 이미지는 안철수 교수의 강한 무기이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단기필마이다. 자신과 함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정당이나 정치 세력이 없다.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대선 캠프 사람들 말고는 국정의 주체가 많지 않은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두루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치 현실은 안철수 후보의 뜻대로 될 수가 없다. 거듭 말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신선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구원투수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현재로서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단 한 가지의 승리 방정식은 초심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말한 대로 기존 정치권 등 기득권 세력들이 누리고 있는 이 ‘낡은 체제’를 타파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설득력 있는 실천 방안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다면 문재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그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면 안철수 후보에게 야권 단일 후보 자리가 넘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박근혜 후보에게 이길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지난 한 달 동안 보여준 것은 낡은 체제를 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낡은 체제의 후보들과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었다. “숲 속에 있으면 숲이 보이지 않는다.”는 서양 격언이 있는데, 안철수 후보 스스로 낡은 체제의 프레임에 갇혀 본인의 포지션을 잃고 있다.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바람 빠진 풍선’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는 “적의 계략을 간파하는 것만큼 지휘관으로서 중요한 일은 없다.”고 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병법도 마찬가지의 말이다. 치열한 접전,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묘하기 짝이 없는 3파전이라는 이번 대선의 판도로 볼 때,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각자가 어떤 전략과 전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상대방의 전략과 전술을 제대로 간파하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 오피니언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 시선뉴스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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