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방송인 박수홍(52) 씨 가족의 재산 분쟁을 계기로 친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씨의 친형 부부가 박씨 출연료 등 60억여 원을 착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박씨 아버지가 검찰 조사에서 박씨 자금을 실제로는 자신이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씨 측은 부친이 친족상도례 조항을 악용해 아들(박수홍 씨의 형) 부부의 처벌을 막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횡령 주체가 박씨의 형이 아닌 부친이 되면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될 수도 있다. 가족면죄부로도 불리는 ‘친족상도례’는 형법 제328조에 규정된 특례 조항으로,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등 사이에서 벌어진 절도, 사기·횡령 등 재산 범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 외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한다.

출처 - 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친족상도례는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쓰는 경우가 많아 친족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선 가족 내부의 결정을 존중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그러나 이후 친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데다 친족을 대상으로 한 재산범죄가 증가하면서 현실에 맞게 손질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도 친족상도례 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14대 국회 때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 중 동거가족을 제외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선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성년후견인의 재산 범죄에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이 시도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역시 19대와 유사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번 국회에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친족상도례를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친족상도례 규정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이병훈 의원도 사기와 공갈, 횡령과 배임에 한 해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피해자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친족간에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민주당 장철민 의원 발의 개정안도 있다. 

한편 법조계에선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는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지는 걸 막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며 합헌 입장을 유지한다. 2015년 4월 "공무원인 직계혈족에게 재산을 편취당하고도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은 물론 징계처분도 불가능하게 됐다"며 청구된 헌법소원 사건은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대법원은 2013년 9월 친족상도례를 형법상 재산범죄는 물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재산범죄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현재까지 이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친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과 관련해 "예전의 개념"이라며 개정 의사를 내비쳤다. 한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지금 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친족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선 가족 내부의 결정을 존중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친족상도례’. 이에 대한 합당성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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