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사용한다. 메신저뿐만 아니라 카카오 주요 서비스로 연결되어 있는 내비게이션, 택시 호출 서비스 등도 함께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지난 주말, 카카오 먹통으로 대한민국이 마비되는 ‘디지털 정전’ 사태가 벌어져 많은 사용자가 큰 불편을 겪었다. 

‘디지털 정전’은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중단되어 생활 전반에 큰 불편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내부 시스템 오류든 이번처럼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통신 대란이 일어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5일 카카오 등의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한 SK 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 불은 8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에 큰 불길을 잡았으나, 초진 이후에도 건물 안에 연기가 많아 완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불이 난 건물은 지상 6층에 지하 4층 규모(연면적 67,000여㎡)로 네이버, 카카오, SK 통신사가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서버 서비스 전원이 차단되면서 카카오·다음과 네이버의 서비스가 크고 작은 장애를 일으켰다. 특히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의 먹통 사태는 자정을 넘기면서 카카오톡 12년 역사상 가장 긴 시간 이어진 장애로 남게 됐다.

카카오톡은 메시지를 보내거나 받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리다가 결국 전송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카카오톡 PC 버전에서는 로그인이 안 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내비와 카카오T 앱 등도 원활히 접속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사용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번 화재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악 플랫폼 멜론과 웹툰 서비스 카카오웹툰이 이용자들에게 사과하고 이용권 보상책을 발표했다. 멜론은 이날 기준으로 멜론 이용권을 보유한 고객 모두의 이용권 사용 기간을 3일간 연장하기로 했다. 카카오웹툰은 서비스 장애 기간 내 대여 중인 웹툰 회차 및 만료된 회차의 열람 기한을 72시간 연장할 예정이며 장애 기간에 만료된 캐시는 다시 지급한다.

지금까지 가장 길게 발생했던 장애는 2021년 3월 23일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앱 실행이 중단되는 오류로 카카오톡과 네이버 앱을 포함한 특정 앱의 작동이 약 7시간 동안 멈춘 사례였다. 당시 사태는 카카오 내부 문제가 아닌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스템 웹뷰’가 업데이트되면서 기존 앱과 충돌한 데 따른 장애로 분석됐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만 불편을 겪었던 문제였다.

이처럼 내부 시스템 오류든 이번처럼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든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복구할 시스템, 또 대처할 방안을 담은 매뉴얼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은 통신 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돼왔다. 그러나 카카오톡 등 여러 서비스의 동시다발 중단은 카카오가 과연 이런 업계의 교훈을 제대로 숙지하고 대비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IT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지적했다.

카카오 먹통이라는 ‘디지털 정전’ 사태가 벌어져 IT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해킹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관련 대책의 마련도 시급할 뿐 아니라, 관리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분간 카카오는 실시간 데이터 백업체계와 재난 장애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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