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윤아 Pro] 증거 등의 용도로 꼭 필요한 기능 같으면서도, 사생활 침해 요소도 분명 포함하고 있어 늘 찬반 논란이 따르는 ‘통화녹음’ 기능. 이 통화녹음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바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다. 

앞서 지난 8월 18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개정안은 대화 참여자 전원의 동의 없이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0년·자격정지 5년에 처하도록 했다.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라도 대화를 녹음할 때에는 다른 대화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로, 그동안 쌍방 대화 시 동의 없는 녹음이 제한 없이 이뤄진 결과 사생활 보호에 미흡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

즉, 대화 당사자라도 다른 참여자의 동의 없이는 대화 녹음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사생활과 통신 비밀의 자유, 음성권을 보호한다는 취지 이면에, 대화 녹음이 범죄 증명을 위한 증거 확보나 내부고발 등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행법은 어떨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조문은 대화 당사자 외 제3자가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경우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대화 당사자는 다른 참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 그러나 개정안은 이를 대폭 수정해 대화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만 녹음할 수 있는 것으로 고쳤다. 특히 2인 간 대화의 경우도 대화 상대방의 동의없는 녹음을 금지하는데, 위반 시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반면, 통화녹음이 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좀 더 유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윤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를 열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윤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협박, 성범죄, 무고사건 등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녹음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해 기존과는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출된 개정안에는 이 같은 예외조항이 반영돼 있지 않아 범죄 증거의 수집 등 공익적인 목적의 녹음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나 대화를 녹음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9일 한국갤럽은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3.4%는 이른바 '통화 녹음 금지법'에 대해 "범죄 증명, 내부 고발 등에 필요하므로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어 32.1%는 "사생활, 통신 비밀을 보호해야 하므로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했고 모름 및 응답거절은 4.5%다. 

특히 반대는 젊은 층에서 많았다. 18~29세 응답자는 80.9%가 반대했으며 30대는 81.6%가 반대했고, 40대는 74.1%, 50대는 59.7%, 60세 이상은 40.2%가 반대 의견을 냈다. 직업별로 구분했을 때는 학생(81%)과 사무·관리(74.5%)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컸으며 정치 성향별로 봤을 때는 중도(71.5%), 진보(66.9%), 보수(56.9%) 순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면접(100%)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랫동안 논란이 따르는 ‘통화녹음’ 기능. 이를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당신 전화기의 통화녹음 기능, 만약에 그 기능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과연 사생활침해로부터 홀가분해질까, 아니면 증거 활용에 있어 제약을 받을까? 이에 대한 오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