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윤아Pro] 세계 경제 순환에 있어 중요한 ‘반도체’ 기술. 특히 반도체 수급난을 강하게 겪으면서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안정적인 기술 발전과 공급망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이 느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 이른바 '칩(Chip)4'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칩4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올해 3월 한국·일본·대만에 제안한 반도체 동맹으로 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개국을 가리킨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8월 말까지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확정해 알려달라"고 마감 시한을 제시한 상태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와 국내 반도체업계는 칩4 동맹에 대해 복잡한 속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은 필수적이지만 자칫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잃을 수도 있어 섣불리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 구조상 생산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면서도, 수요와 관련해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

특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어서 칩4 동맹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1천280억달러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은 502억달러로 약 39%를 차지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60%에 달한다. 미국이 칩4 동맹으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우리의 대중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칩4 동맹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자유무역 원칙을 표방하면서 국가 역량을 남용해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협박 외교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평하고 공정한 시장 원칙에 근거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사실상 한국이 칩4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 역시 "칩4 동맹은 결국 중국을 굉장히 압박할 가능성이 크고,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 그 영향이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칩4 동맹을 찬성하는 입장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칩4 동맹이 있으면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들의 초격차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지 못해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 우위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는 장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은 '칩4'에 참여할지 여부를 정부에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이 답변 시한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입장 정리를 무한정 미룰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우선 칩4 동맹 가입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는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현실적으로 동참하는 쪽으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최대 반도체 수출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다. 중국은 좋든 싫든 상당히 큰 시장인 만큼 포기하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한국 공장이 안정적으로 업그레이된 장비를 받으려면 칩4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중국을 설득하고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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