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오랜만에 집안 정리를 하면서, 안 쓰는 물건은 모두 버리기로 마음먹은 A. 평소 입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한데 모았지만, ‘추억이 깃들었는데’ ‘언젠가 쓰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선뜻 버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A는 결국 버리려고 꺼낸 물건을 다시 제자리로 원위치 시키며 정리를 마무리 한다. 매년 이러한 수순을 반복하는 A는 ‘저장강박증’일지  모른다.

저장강박증은 버리는 것을 불안해하거나, 버리는 행동 차체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물건을 모으는 병을 말한다. 모 방송에 소개된 쓰레기를 방안 가득 모으는 사람, 고물을 버리지 않고 집안 가득 모으는 사람 등이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이들 역시 저장강박증 증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각종 PC에 사진, 음악, 문서 파일 등을 지우지 못하고 산더미처럼 쌓아두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증상 일컬어 ‘디지털 저장강박증’이라 부른다.

[사진 / 픽사베이]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사진과 파일, SNS 대화내용 등의 데이터 자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저장해두는 강박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최근에 이 증상을 보이는 현대인들이 많기에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의 주 요인은 정서적인 부분에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호소하는 유형의 대부분은 ‘디지털 데이터’가 지워지면 자신의 일부 또는 추억이나 가치가 그만큼 지워진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또한 막연하게 언젠가 해당 데이터를 사용하게 될지 모른다는 1%의 가능성에 주목해 데이터를 지우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아둔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최근 기술의 발달이 낳은 현상이기도 하다. 과거에 저장 공간이 한계가 있던 시대에는 어쩔 수 없이 데이터를 수시로 지워가면서 새로운 데이터를 저장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에는 하드웨어 용량은 물론 클라우드 시스템의 용량 한계가 기하급수 적으로 커졌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를 지우기보다 보관하면서 신규데이터를 쌓아가는 이용자가 많은 것이다. 특히 용량을 늘려가는 비용이 높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데이터를 지우기보다는 용량을 추가하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개인의 선호 문제로 보이지만 업무 또는 타인과의 관계에 피해를 줄 수도 있어 심한 경우에는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비움’ 연습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좋다. 업무에 있어 필요 없는 문서나 데이터를 계속 쌓아 놓음으로써 새로운 데이터 확보 및 서치에 지연을 가져올 수 있고, 새로운 연인과의 관계에서 과거의 사진이 크고 작은 다툼을 만들기도 한다.

쓰레기가 가득한 집 등으로 매체에 소개된 바 있는 ‘저장강박증’이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저장강박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년층이 전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 온 젊은 세대들은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부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저장강박증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디지털 공간에 쌓아두기 때문에 심각도가 주변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당신의 디지털 공간에 지방처럼 불필요한 자료가 쌓아가며, 새로운 것들을 원활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환장애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은가? 안 쓰는 물건을 버리듯 필요 없는 데이터에 대한 ‘비움’도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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