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윤아Pro] 피아니스트 임윤찬(18·한국예술종합학교)이 세계적 권위의 피아노 경연대회인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2004년 2월생인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출전 제한 연령(만 18~31세) 하한선인 만 18세로, 이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의 기록까지 세웠다.

지난 6월 1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종라운드에서 5명의 경쟁자를 누르고 최고 점수를 얻어 1위를 차지한 임윤찬. 그는 결선 무대에서 콩쿠르 심사위원장인 마린 앨솝의 지휘로 포트워스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C단조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D단조를 연주했다. 특히 결선 두 번째 곡인 ‘라흐마니노프 3번’ 무대에서 신들린 듯한 강렬한 연주라는 평가와 함께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협연을 지휘한 마린 앨솝이 감정에 겨운 듯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은 라흐마니노프가 1909년 9월 23일 완성한 그의 세 번째 피아노 협주곡이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대부분 높은 난이도로 피아니스트들의 도전의식을 일으킨다. 그중 라흐마니노프 3번 협주곡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먼저 수많은 음표로 악보 보기부터가 어려운 것은 물론, 높은 연주 테크닉을 요하고, 불규칙한 속주와 예상을 깨는 화음 구간이 배치되어 있는가 하면, 40분에 가까운 긴 러닝 타임과 빠른 스피드로 엄청난 지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의 높은 난이도에 대한 일화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영화 샤인에서 다뤄진다. 이 영화는 1969년, 미치지 않고서야 칠 수 없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전설적인 무대를 남겼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의 생애를 다뤘는데, 극중 이 곡 때문에 주인공이 고통 받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작곡한 후 그의 친구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요제프 호프만에게 헌정했다. 하지만 요제프 호프만은 자신을 위한 곡이 아닌 것 같다며 연주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호프만의 손이 작아서 이 곡을 연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어렵기로 유명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선 임윤찬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임윤찬의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연주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라흐마니노프 3번 연주 영상 가운데 가장 많이 재생된 영상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피아노 거장 호로비츠가 1978년 뉴욕 에버리 피셔홀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3번 연주 영상 조회수보다 높은 수치로 그야말로 기록적이다. 업로드 당시 이틀 만에 조회 수 100만 회를 달성했으며, 글로벌 유튜브 인기 트렌드 동영상 30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한편,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세계 3대 음악경연대회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의 대표 피아노 콩쿠르다. 냉전 시절이던 1958년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는 대회로, 1962년 시작해 4년 주기로 열린다. 본래 작년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16회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상 처음으로 연기돼 대회 콩쿠르 창설 60주년인 올해 열렸다. 이 대회의 역대 우승자를 보면 라두 루푸(1966년), 알렉세이 술타노프(1989년), 올가 케른(2001년) 등 거장들이 많기에 이번 임윤찬의 우승은 더욱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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