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불평등은 개인과 개인, 또는 국가와 국가 간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일어난다. 질병에 대한 백신이 개발된 이후로는 ‘백신 불평등’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인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이 국가·지역 간 ‘백신 불평등’의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지난해 보도하기도 했다.

‘백신 불평등’은 다수의 선진국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부스터샷(추가접종)까지 맞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상당수가 첫 번째 백신조차 맞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다양한 변이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오미크론이 최초 보고된 보츠와나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그동안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23.76%로 전 세계 백신 접종 완료율(42.62%)의 절반에 그쳤다. 유럽과 미국의 접종 완료율이 각각 약 66%, 58%에 달했고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80%에 근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오미크론이 발견되었을 당시 이미 높은 수준의 백신 접종률을 달성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부스터샷을 맞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고소득국과 저소득국간 백신 접종률 차이는 어느 때보다 크게 벌어졌다. 팬데믹 초기 제약사들이 이제 막 백신 개발에 착수했을 때 많은 선진국이 선 주문을 넣어 국민이 서너번씩은 더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그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선 주문은 백신 접종률 간극을 더욱 넓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저소득국 중에서는 확보한 백신 자체가 워낙 없기도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인프라 부족이나 백신을 꺼리는 인식 등으로 접종률을 높이지 못하는 경우가 어렵지 않게 관측된다. 일례로 토고의 경우 지난해 백신 완전 접종률이 7%밖에 되지 않았는데 가뜩이나 확보한 백신을 사용한 비율은 36%에 그쳤다. 

백신을 맞추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할 수 있고 국민들이 접종을 일부러 피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NYT는 저소득 국가들에 충분한 백신을 공급하는 것만큼 백신을 빠르게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백신을 보관할 수 있는 냉동 시설을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진단키트가 부족하고 백신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은 그동안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발생한 아프리카 대륙의 풍토병이었지만 올해 들어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숭이두창 백신이 대량 생산되고 있지만 유럽 국가와 미국이 공급량을 선점하면서 코로나19 대유행 때 벌어진 백신 불평등이 우려되고 있다. 아프리카 보건 관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처럼 백신 접근에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진국의 기부를 통한 ‘백신 불평등’ 해소는 단순한 자선의 차원이 아니라 지구촌 전염병 퇴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위기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머리 맞대고 백신을 공평하게 나눌 방법을 논의해 세계적인 비상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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