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윤아Pro] 세계적인 에너지대란 속에 최근 국내 역시 기름값 상승세가 무섭다.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하고 있지만, 상승폭이 너무 높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고유가 덕분에 오히려 국내 석유회사들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어 이들의 횡재 이익을 환수하자는 이른바 ‘횡재세’ 도입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는 세계적인 에너지대란 속에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것으로 ‘초과이윤세’라고도 부른다. 정유사들이 세계적인 에너지대란 속에 비정상적인 이익을 낸 만큼 물가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초과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것이 횡재세의 논리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096770]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국제유가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1조 6천491억 원, 에쓰오일 1조 3천320억 원, GS칼텍스 1조 812억 원, 현대오일뱅크 7천45억 원으로, 4사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4조 7천668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조 5천79억 원이나 늘었다. 

국제 유가가 올랐는데, 정유사의 마진은 왜 증가했을까? 원리는 이렇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결과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에도 정유사들은 앞선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호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러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라고 발언했고,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해외에서도 정유사 횡재세 도입이 이루어지거나 관련 논의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에너지 요금 급등에 대응해 석유와 가스업체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가계에 150억 파운드(약 24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 초과이윤세는 일시적으로 적용되며 영국 석유·가스 요금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미국 민주당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정유사) 엑손이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며 석유회사들이 누리는 고수익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정유 업계들은 ‘횡재세’에 거세게 반발한다. 초과이윤세 도입 시 모처럼 호실적을 누리고 있는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에 정유업계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한 정유사들은 최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 규모가 다소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정유사들이 1분기에 거둬들인 영업이익 4조 8천억 원 중 약 40% 규모가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앞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손실로 다시 반납해야 하므로 '회계상의 이익'일뿐이라는 것이다. 

정유사들이 에너지 대란 속에 비정상적인 이익을 낸 만큼 초과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취지의 ‘횡재세’. 물가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마땅한 조치라는 논리 속에, 정유 업계는 바짝 긴장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향후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과 함께 조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