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우리 삶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일하는 형태에도 변화를 주었다. 재택근무가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고 이제 일상회복 단계에 들어서도 재택근무를 계속 시행하는 기업도 있다. 엔데믹 전환에 근무 형태에 대한 말이 많은 가운데 ‘퍼플잡’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퍼플잡’은 보라색(purple)과 일(job)의 합성어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해 근로시간과 장소를 탄력적으로 선택하여 일하는 근로 방식을 말한다. 가정을 뜻하는 빨간색과 일을 뜻하는 파란색을 혼합한 보라색처럼 일과 가정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보라색이 나오듯 가사나 육아 등 여건에 따라 근무시간이나 형태를 조절해 맞벌이 부부가 모두 원만하게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근로 방식이다. 

근무형태는 유연근무제로 시간제근무제, 시차출퇴근제, 근무시간 선택제, 집약근무제, 집중근무제 등이 있다. 근무장소를 조정하는 근무제는 재택근무제와 원격근무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근무 형태는 출산 및 육아의 부담으로 인한 우수 여성 인력의 이탈을 막고, 고용주의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퍼플잡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가 늘어나고 지위가 향상되면서 가정생활과 동시에 일도 충실하게 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제는 노동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일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을 하면서도 가정의 조화를 이룰 수 있고 일에 대한 통제감이 강화되어 직무 만족도가 향상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가 있거나 건강상 문제가 있는 사람 등 여러 상황에 놓인 노동자들도 일을 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근무 형태가 비정규직 확대와 여성 일자리의 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했을 때 생기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직이나 기간제 등의 비정규직 형태로 채용하고 있다. 특히 육아 부담이 있는 여성이 유연근무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연근무제로 인한 비정규직 확대가 여성 비정규직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우리나라 고용의 질이 여전히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여성과 고령층 고용의 질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연령대별 고용의 질 수준을 보면 40대 이상 핵심 노동연령층과 고령층 여성의 고용의 질 수준은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낮았다. 고용의 질 회복 속도를 보면 청년층 여성의 고용의 질 회복이 가장 더뎠다. 

근로시간과 장소를 탄력적으로 선택하여 일하는 ‘퍼플잡’. 앞서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에서 봤든 여성 고용에 대한 문제가 없는 것은 분명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육아 중인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공유를 확대하고 유연한 근무를 제도화하는 등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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