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최근 유가 급등과 기준금리 인상 흐름 속에 애플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상장사 자리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에 내줬다. 아람코는 2019년 12월 기업공개와 함께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이 됐지만, 이후 2020년 8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양의 수혜를 입은 애플에 밀렸다가 이번에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그러한 아람코가 현재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인한 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긴장하고 있다. 

애플 누르고 시총 1위로

2019년 아람코 기업공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증시 전광판에서 뜬 아람코 주가 [연합뉴스 제공]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아람코 시총은 약 2조4천300억달러(약 3천117조원)로, 애플의 시총 2조3천700억달러(약 3천40조원)를 앞섰다고 미국 방송 CNBC와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올해 초만 해도 애플의 시총은 한때 3조달러대까지 치솟아 아람코를 1조달러 가량 웃돌았다. 하지만 이후 애플 시총이 20% 가까이 감소한 반면 아람코 시총은 약 28% 증가했다. 이날도 미 나스닥에 상장된 애플 주가는 5.18% 급락했다. 최근의 경제 상황 변화로 두 회사와 관련 업종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주들은 혜택을 받고 있다. 올해 초 배럴당 78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를 넘긴 가운데 아람코 주가는 상장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원유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아람코는 변화를 감지하며 긴장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원유 개발 투자 감소로 인한 대규모 원유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지난 23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을 앞두고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압박을 받는 석유업계 대부분이 원유 개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원유 생산 여력 부족...수요 증가 시 문제 우려

나세르 CEO는 자사도 원유 생산량 증대를 요구받고 있지만, 현재 하루 1천200만배럴(bpd)인 원유 생산량을 2027년까지 1천300만bpd로 늘리기로 한 기존 계획보다 생산량을 더 확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7년 전에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생산량 확대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원유 추가 생산 여력이 2%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전 원유 소비량이 지금보다 250만bpd이나 많았던 항공업계가 회복되면 원유 수급에 큰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투자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의 실상을 가린 측면이 있다면서 투자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코로나19 진정과 함께 시작됐으며 현재 진행형인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치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국제 원유 수요 증가세가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탄소배출 제로 정책...문제가 많은 상황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의 아람코 정유시설 [연합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나세르 CEO는 또한 원유업계와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 화석연료를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문제가 많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원유 기업들은 초대조차 못 받았다면서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일부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며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투자는 불필요하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난해 발표는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30년이면 원유업체들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왜 원유 기업들이 완공까지 6∼7년이나 걸리는 원유 생산시설을 새로 만들겠느냐면서 주주들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제대로 된 계획도 없고 '플랜B'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런 이유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이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당장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하는 국가 입장에서 석탄 가격이 싸면 석탄 사용을 늘릴 것이라면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차질을 빚으면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석탄 사용이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우디 정부가 대주주인 아람코는 다른 회사와는 달리 화석연료와 에너지 전환 양쪽 모두에 투자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가 세계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80% 넘게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아람코 주가는 상장 후 최고 수준을 보인다. 하지만 많은 장애물을 앞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과연 현재의 변화와 문제들에 충실히 대비하고 현재의 페이스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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