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오른 이정재가 제 3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2월 미국배우조합상을 필두로 각종 연기상을 거머쥔 데 이어 이번에는 연기는 물론 감독으로서 도전장을 내밀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특히 칸국제영화제에서 그의 첫 감독 데뷔작 ‘헌트’가 공개 되면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헌트'가 공개 되었다. 배우 인생 30년 만에 처음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헌트’는 장르 영화를 자정에 상영하는 칸영화제 섹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 첫 공개되었다. 이날 칸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정재는 "칸영화제에서 '헌트' 첫 상영을 하는 게 작은 꿈이었는데 이루게 돼 기쁘고 너무나 감사하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영화 ‘헌트’는 1980년대 안기부 에이스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 드라마로, 메가폰을 잡은 이정재는 박평호 역을 맡아 배우도 겸했다. 이정재는 당초 배우로만 이 작품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물망에 올랐던 정지우·한재림 감독이 잇달아 하차하면서 메가폰을 잡게 됐다. 

이 작품은 이정재와 절친한 사이인 배우 정우성도 함께 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정우성이 4년 동안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내내 이정재와 함께한 것. 정우성은 박평호와 라이벌 관계의 김정도를 연기하며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감독 이정재는 "처음에 영화 판권을 구매할 때부터 정우성씨와 함께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박정희 정권부터 5·18민주화운동까지 억압과 피억압의 현대사를 보여주는 시퀀스로 시작한다. 이정재는 남다른 배짱과 촉으로 안기부에서 13년간 자리를 지킨 1팀장 박평호 역을 연기했다. 정우성은 군에 오랫동안 몸담았다가 안기부로 갓 들어온 2팀장 김정도 역을 맡았다. 둘은 남파 간첩 총책임자 색출에 나서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박평호와 김정도가 하는 일은 국가에 해악이 된다고 여겨지는 '반항자'들을 잡고, 엮고, 불게 만들어 사회에서 추방하는 것이다. 언뜻 사냥꾼 같아 보이지만, 실은 위에서 찍은 사냥감을 대신 해치워주는 사냥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느 날 안기부 고위직 중에 스파이 총책 '동림'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둘은 순식간에 사냥감 신세로 전락한다. 이들은 서로를 스파이로 의심하는 상대의 이빨에 물어뜯기지 않기 위해 점점 더 노골적이고 저열하게 비밀을 파고든다. 첩보물인 만큼 영화는 격투와 총격전, 폭발 신까지 시원스러운 액션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반전과 촘촘한 심리전 역시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박평호와 김정도는 경쟁하듯 서로를 파고들지만, 관객들은 이들이 선역인지 악역인지, 적인지 아군인지도 막판까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정재는 칸영화제 측을 통해 "화려한 액션도 중요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와 상황들이 각 캐릭터에게 어떤 결정을 내리게 하는지 주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 외에 실화와 픽션을 적절히 섞은 스토리도 어떻게 풀어지는지 관심을 사고 있다. 영화 속에서 방콕 테러, 전투기 귀순, 대학 교수 간첩 조작 사건 등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황정민, 주지훈,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이성민 등 쟁쟁한 배우들의 우정 출연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후문. '헌트'는 칸영화제에서 며칠간 더 상영되며 국내에서는 오는 8월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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