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가 연일 폭락하면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루나는 지난달 119달러까지 치솟았으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지만, 지금은 무용지물로 불리는 신세가 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외신 등 보도에 따르면 최근 1주일새 UST와 루나 시가총액이 무려 450억 달러(57조 원가량) 증발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30살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 업계에서 한국산 코인으로 분류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가 최근 연일 폭락해 가상화폐 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말한다. 테라는 한때 스테이블 코인 중 3위 규모로 시총 180억 달러에 달했다.

폭락한 루나 코인 시세 [연합뉴스 제공]

그런데 테라는 여타 스테이블 코인과 다른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었다.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게 아니라 ‘루나’로 가치를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테라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는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예치하고 대신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받는 차익 거래로 이익을 얻도록 했다. 암호화폐의 가치를 보장하는 담보물이 암호화폐인 것. 안전성을 갖춘 담보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신뢰만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이처럼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고 루나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등에 쓰이는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됐다. 하지만 테라가 최근 1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루나도 동반 폭락해 가상화폐 시장에 대혼란을 가져왔다. 지난 13일 기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UST 가격은 현재 14센트이고, 루나 가치는 0.0002달러에 불과하다.

전부터 두 코인의 운용 방식 자체가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이런 거래 알고리즘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쉽게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증시의 약세 등이 이런 가상화폐의 구조적 취약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테라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면서 루나가 동반 하락하는 악순환을 겪었다. 그리고 이 같은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가 막대한 손실을 빚는 등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손실 충격이 큰 집단 중에 개미 투자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국내에만 투자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테라 플랫폼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 및 감독할 권한이 없어 직접적인 조치를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코인 거래는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 소비자들이 가상자산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계기로 삼도록 하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금융당국이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런 사태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내년에 제정한 뒤 2024년에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면밀한 관리 대책을 강구하는데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인 거래는 민간 부문에 사실상 맡겨져 있는 게 현실이기에 이번 루나 등 폭락 사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선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심지어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이 주식시장에까지 전이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실제 지난주 코스피는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인 거래 상황에 대한 관리·감독은 물론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 이번 루나와 테라 사태가 가상자산의 투자 위험 가능성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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