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지적 능력
대통령의 지적 능력
  • 보도본부 | 김범준 PD
  • 승인 2012.10.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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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지적 능력

대통령의 지적 능력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는 “대통령에게 해결이 쉬운 문제는 결코 오지 않는다. 쉬운 문제들이라면 이미 다른 사람들이 해결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웅변해주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도자학에서는 통찰력 혹은 지적 능력을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꼽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참모들이 조언을 한다고 해도 그런 여러 조언들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몫은 대통령 자신밖에는 없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본인의 지적 능력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지적 능력에는 국가 경영에 관한 ‘현상 파악 능력’과 함께 ‘문제 해결 능력’이 포함된다. 미국이 대통령의 자질 중에서 ‘글쓰기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들도 텔레비전 토론 등을 통해 지적 능력을 검증받는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지적 능력을 판별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그렇더라도 이것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편이다. 선거구도, 깜짝 공약, 네거티브 캠페인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후보와 후보 참모들은 이런 점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주어진 책무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이런 풍토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지적 능력은 어떨까? 필자는 이들과 직접 인터뷰를 해 본 경험이 없어 그걸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발언록 등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알 수가 있다. 이 세 후보는 유력 대통령 후보라는 자리에 올랐을 만큼 나름대로는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남다른 지적 능력의 소유자라는 점도 인정할 수가 있다.


박근혜 후보는 1974년부터 5년 동안 어머니를 대신하여 아버지를 보좌한 경험이 알게 모르게 국정 운영의 통찰력을 키우는 데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1997년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후 1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당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많은 정치적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새누리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하여 당을 재건함으로써 ‘선거의 여왕’이란 애칭과 함께 지도자에게 필수적인 ‘위기관리 능력’ 혹은 ‘문제 해결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문재인 후보는 정치권 경험은 짧지만, 노무현 정부 때 5년 가까이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아 국정 전반에 대하여 경험하고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평생 동지로서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몇 안 되는 측근이었기 때문에 권부(權府)의 핵심으로서의 이점을 크게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 성적이 2위에 오를 만큼 학습 능력 또한 대단히 뛰어나다고 할 것이다. 겸손하고 합리적인 성품 또한 지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바 있을 정도로 사회 현상과 시대 흐름을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안철수 후보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독서가였기 때문에 지적인 토대가 대단히 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청년 세대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터득한 공감 능력 또한 다른 정치 지도자들이 누리기 어려운 그만의 특장이라고 할 수 있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여유만만하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지적인 인프라 덕분이다.


하지만 세 후보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서 전환기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 갈 만한 지적 능력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후보는 위기관리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입증했지만, 큰 틀에서의 국가 경영 철학과 자신만의 정치적 신념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 스스로 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인 데다, 새누리당 자체가 각론에는 강한지 몰라도 총론에는 약한 편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선도하기에는 지나치게 완고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들도 있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 5년의 2인자라는 경험을 갖고 있지만, 자신만의 이미지와 리더십을 아직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경험이 짧아 신선한 면은 있지만, 아직 ‘덜 익은 풋사과’의 면모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메시지도 인상적이지 못하다. 참모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전달한다는 느낌이다. 자신만의 내공으로 소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후보는 본인 선거를 단 한 번 해 봤을 정도로 정치 현장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의 내공보다는 약하게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더욱 자신만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이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해법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그의 폭넓은 독서와 소통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시간이 1년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국가 경영에 대한 깊이는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여의도 정치’와 무관한 안철수 후보의 급작스러운(?) 등장 자체가 신선한 충격을 주는 측면이 있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또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와는 달리 기성 정당과 기성 정치권을 질타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안철수만의 ‘대통령학’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만큼 특출 난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슈퍼맨이 될 수 있다고 상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복잡다단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정말 탁월한 지적 능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어도 여러 상황과 구조상 성공한 대통령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그런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은 대통령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지적 능력의 향상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의 성공과 신화에 매몰된 나머지 급변하는 시대를 향한 학습과 경험을 게을리 한다면, 화려했던 과거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빠진 것도 과거의 신화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점에서 세 명의 유력 대통령 후보들은 다음의 금언을 새겼으면 한다. “늘 배우는 자세를 잃지 마라. 지식이란 절대로 고정되거나 완결된 것이 아니다. 배우기를 끝내면 리더로서의 생명도 끝난다. 리더는 결코 자신의 능력이나 지식수준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존 우든, 『리더라면 우든처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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