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이윤아Pro] 최근 서울의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의 분양이 연기되고 있다. 수급불균형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며 집값 상승과 주거 불안 심리가 부동산의 큰 문제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올해 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물량 절반 이상이 분양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며 공정률이 50%를 넘은 대단지의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사상 초유의 ‘둔촌주공 사태’가 벌어졌다.

‘둔촌주공 사태’는 현재 둔촌주공의 5,930가구가 12,032가구로 변모하는 재건축 사업이 재건축 조합과 시공단과의 충돌로 사실상 공급이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된 사태를 말한다. 둔촌주공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힌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애초 올해 상반기 내 4,786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시공단과의 정면충돌로 공급이 미뤄지게 되었고 공사비 미지급으로 시공단은 지난 15일 전면 공사 중단에 들어갔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강 대 강의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미 절반 이상 진행된 대단지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52%에 달하며 시공단은 공사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상황이다. 공사 진행률이 절반을 넘은 상황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시공단은 2020년 2월 둔촌주공 재건축 실착공 후 2년 이상(철거공사를 포함하면 3년 이상) 공사비를 못 받았다며 약 1조 6,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의 외상 공사를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보증한 약 7천억원의 사업비 대출조차 조합의 사업 추진 지연으로 현재 대부분 소진됐으며 올해 7월 말이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이라고 시공단은 주장한다.

양측 간 갈등의 핵심은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가 체결한 5,600억원가량의 공사비 증액 계약에 있다. 둔촌주공 전(前) 조합장은 시공단과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공사비를 2조 6,708억원에서 3조 2,294억원으로 늘린다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새 조합 집행부는 당시 조합장이 해임되는 등 시공단과 이전 조합이 맺은 계약은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공단은 당시 공사 계약 변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조합 측은 지난 16일 시공단과의 과거 공사비 증액 계약과 관련한 조합 임시총회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조합은 특히 시공단의 공사 중단 기간이 10일 이상 계속되면 계약 해지까지 추진하겠다는 초강수의 맞불을 놓은 상태다.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 10일이 지나면서 조합이 시공단과 계약을 해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둔촌주공 사태’. 공사 중단 10일이 지난 만큼 조합 집행부는 이사회를 열어 시공 계약 해지를 위한 총회 일정을 잡을 수 있다. 현재 골조 공사가 끝나 오랫동안 방치할 수도 없는 현장이기에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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