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현대사의 교훈과 새로운 대한민국

대한민국 현대사의 교훈과 새로운 대한민국
 

 

 

 


세종대왕은 “대저 정치를 잘 하려면 지난 시대의 치란(治亂)의 자취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 시대의 치란의 자취를 살피기 위해서는 역사를 상고(相考)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현대사를 통찰하는 것은 더 없이 필요한 일이다. 이 5년이 5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전환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후진국으로 추락하느냐, 물질적 성장에 비례하는 정신적 성숙을 드높일 수 있느냐는 갈림길에 와 있다. 세계적인 환경이 우리의 선택을 제약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의 주체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그런 제약 요인을 얼마든지 돌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소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따라주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올바른 전략을 만들고 이끌어가야 할 정치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모든 후보들이 ‘복지국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정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바꾸어 말해서 이런 의제들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이 꿈꾸는 선진국에 도달할 수 없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 밖에도 여러 과제들이 있겠지만, 이 세 가지가 핵심적인 국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만큼 짧은 기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해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토대를 잘 다져놓은 것이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우리가 자랑하던 ‘한강의 기적’이 반쪽짜리 신화였음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계기로 양극화와 경쟁지상주의가 심해지고 말았다. 국민의 여망이었던 대통령직선제를 도입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들을 청산했지만, 대한민국의 정치는 국민들을 선도하기는커녕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복지국가, 경제 민주화, 정치 개혁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2008년 9월, 우리는 미국 발(發) 세계 금융 위기를 목도했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귀결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금융 위기라고 하지만, 사실은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끝없는 확장과 탐욕을 향해 달리고 있던 세계 자본주의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그 대안이 무엇일지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 체제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 세계 자본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 무엇보다도 이른바 ‘천민(賤民) 자본주의’의 틀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후진성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부정과 부조리의 네트워크’에서 정치인과 정치권이 홀로 바로 설 수는 없는 법이다.

인도의 독립운동가였던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는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징조’를 일곱 가지로 들고 있다. ① 원칙 없는 정치 ② 노동 없는 부(富) ③ 양심 없는 쾌락 ④ 인격 없는 교육 ⑤ 도덕 없는 경제 ⑥ 인간성 없는 과학 ⑦ 희생 없는 신앙이 그것이다. 간디는 인도 국민들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 것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잘 지칭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선진국은 물질적 성장과 함께 정신적 성숙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간디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물질적 수준에 비해 정신적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리고 물질적 수준이 아무리 높더라도 그것이 두루 퍼져 있지 않다면 다수의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것은 모든 문제를 압축하고 있다. 자살률 1위의 오명(汚名)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의 발전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진로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복지국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정치 개혁을 포함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 방향이어야 한다. 『과학 혁명의 구조』로 잘 알려진 미국의 물리학자 토머스 쿤(Thomas Samuel Kuhn)가 말한 대로 “위기가 중요한 이유는 도구를 바꿔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관행과 습속에 익숙해 있거나 기득권이 침해되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에게 그런 제약을 뚫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있는 신념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열정과 콘텐츠를 갖고 있어도 그걸 실현할 수 있는 끈기와 배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또한 정치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더라도 올바른 복안을 갖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중에서 다음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이 전환기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충분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들 후보와 참모진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선진화라는 ‘제3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준비를 충실히 하기 바란다. 적어도 역대 정권들의 시행착오라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오피니언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 시선뉴스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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