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임하은 수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정세에 안개에 드리워진 가운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서방은 우크라이나로의 직접적인 파병은 자제하고 있는 대신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등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제재에 주력하고 있다.

SWIFT는 200여개국 은행을 연결하는 국제 통신망이다. SWIFT는 전 세계 1만1천개 이상 금융기관들을 연결해 빠른 국경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즉 세계 각국이 무역을 진행함에 있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는 전산망으로 SWIFT에서 퇴출당하면 배제된 은행은 국제 금융시장 접근이 극도로 제한된다. 다시 말해 수출이 사실상 막히게 되는 것으로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꼽히는 것이다. 

앞서 유럽연합(EU)는 러시아 국책은행이자 러시아 제2의 은행인 VTB방크를 비롯해 방크로시야, 방크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프롬스비야지방크(PSB), VEB 등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도입했다. 여기에 이어 EU 이사회는 또 벨라루스개발은행 등 벨라루스 은행 3곳을 추가로 SWIFT 결제망에서 제한하도록 하고 벨라루스 내 투자 등과 관련해 벨라루스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SWIFT는 EU의 대러 제재 결정을 고려해 지난 12일부터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EU는 또 SWIFT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 국부펀드 격인 러시아직접투자기금에 대한 EU 신규 투자 금지, 러시아나 러시아 내 개인, 법인 단체에 대한 유로화 지폐의 판매, 공급, 수출도 금지했다. 이 같은 제재는 일단 당장 러시아의 교역, 자금 조달을 방해하고 외국자본의 러시아 탈출을 점점 더 크게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자 세계 각국과 기관들이 러시아를 상대로한 제재에 나섰고 러시아의 SWIFT 퇴출에도 하나씩 동참하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 역시 러시아의 SWIFT 퇴출에 소극적이었으나 결국 제재 대열에 참가했고 우리 정부 역시 이에 동참했다. 정부는 한미 재무차관 면담 이후 곧바로 대러 금융제재 동참을 위한 후속 조치를 발표했는데 우리 정부가 발표한 금융제재는 ▲ 러시아 은행과 거래 중지 ▲ 국고채 투자 중단 ▲ 스위프트(SWIFT·국제금융통신망) 배제 등 크게 세 갈래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미국과 EU 등 서방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조율된 대러 제재 패키지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 내에서 효과는 일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고, 1조 달러에 가까운 러시아 자산이 동결된 상태이다. 또한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해야 했고, 러시아 은행과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활동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경제 연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제재를 받는 러시아 은행들이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루블화 폭락을 우려해 러시아에서 대규모로 외화를 빼갈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 중앙은행이 대응 과정에서 올해 1천억 달러(약 120조원)를 써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서방은 직접 군대를 파견하는 대신 SWIFT 퇴출 등의 방식으로 러시아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가 침공을 이어가 추가 제재가 뒤따를 경우 그 손실은 당연히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경제 총공세를 받는 러시아는 군사력으로 맞서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러제재가 점점 확대되자 핵무기 전력의 태세를 강화하고 나선 상황. 

경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구촌에서 한 지역의 전쟁은 결코 그곳의 상황만이 아니다. 인류의 공존과 평화를 위한 진중한 해결책 마련과 심도 깊은 대화 창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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