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홍탁] 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한때 ‘성인을 위한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성인들도 어린 시절의 동화같은 이야기를 원하지만, 성인이기에 금기처럼 멀리하게 된다. 그렇기에 성인들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성인 동화’는 한때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런 성인들을 위한 동화를 풀어내는 영화다. 어떤 동화 같은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함께 펼쳐보자.

<영화정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미스터리 // 2014.03.20 // 독일, 영국 
감독 – 웨스 앤더슨  
배우 – 레이프 파인스, 틸다 스윈튼, 토니 레볼로리, 에이드리언 브로디, 시얼샤 로넌, 윌렘 대포, 빌 머리, 에드워드 노튼, 주드 로, 오언 윌슨, 레아 세두, 제이슨 슈왈츠만 등. 

<귀부인의 죽음을 둘러싼 호텔 지배인과 로비보이의 모험>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간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마담 D.는 유언을 통해 세계적인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당시 최고의 호텔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이자 연인이었던 ‘구스타브’ 앞으로 남긴다. 이에 그녀의 아들이자 유산을 노리던 ‘드미트리’는 용의자로 구스타브를 지목하고, 위기에 빠진 구스타브는 호텔 로비보이 ‘제로’와 함께 누명을 벗기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당국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점점 좁혀오는 포위망, 그리고 드미트리가 고용한 무자비한 킬러 ‘조플링’은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며 그 둘의 뒤를 쫒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억울한 누명을 벗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   
- 웨스 앤더슨 감독이 읽어주는 핑크빛 동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카메라 연출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정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시종일관 화면 중심에 배우들을 놓는 연출은 마치 옛날 <톰과 제리>나 <미키마우스> 같은 미국식 카툰을 보는 느낌을 들게 한다. 거기에 핑크빛을 자랑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싱그러운 포도의 색과 같은 보라색 유니폼, 흰색 설원과 칙칙한 감옥마저도 다채로운 색감으로 채워넣어지면서 영화의 동화같은 분위기가 유지된다. 잔인한 장면도 나오지만, 이러한 색감과 연출로 인해, ‘아 진짜 성인을 위한 동화 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마치 웨스 앤더슨이 우리를 앞에 앉혀놓고 그림책을 보여주며 읽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 동화 같은 이야기에 숨겨진 블랙 코미디 
동화 같은 연출이 시종일관 우리로 하여금 동화를 보는 듯 하지만, 정작 내용을 들춰보면 이야기는 ‘잔혹 동화’로 변질된다. 노파들과의 밀회를 즐기는 구스타프라던가, 살인 청부업자로 등장하는 조플링의 잔인한 살인 장면, 심지어 돌아가신 어머니에겐 관심도 없고 오직 그녀가 남긴 유산에만 집착하는 마담 D.의 아들 드미트리까지,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 아침드라마 뺨칠 정도로 막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종일관 잃지 않는 익살스러움과 앞서 말한 웨스 앤더슨 특유의 연출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진정한 ‘성인들을 위한 잔혹 동화’로서 탈바꿈 한다.

개봉 당시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흥행을 이어갈 정도로 인정을 받은 만큼, 재미는 보장된 영화다. 심지어 주드 로, 틸다 스윈턴에 우리에게는 볼드모트로도 잘 알려진 레이프 파인즈, <피아니스트>에서 슈필만을 연기하며 극찬을 받았던 에이드리언 브로디 등 엄청난 라인업 역시 영화를 보증 해주고 있다. 가끔 한번씩 어린시절 부모님이 읽어주시는 동화가 그리워질 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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