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피플] 골든글로브 영예 안은 ‘오영수’...연극 무대와 맺은 영원한 ‘깐부’
[시선★피플] 골든글로브 영예 안은 ‘오영수’...연극 무대와 맺은 영원한 ‘깐부’
  • 보도본부 | 심재민 기자
  • 승인 2022.01.10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선뉴스 심재민] 세계적 흥행작 ‘오징어게임’의 신스틸러 일명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78세)가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배우 오영수는 10일(한국시간) 열린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더 모닝쇼'의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의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TV부문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처음으로 2020년 '기생충', 2021년 '미나리' 출연진도 이루지 못한 성과라 놀라움을 사고 있다.

오영수,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오징어 게임'에서 목숨 같은 구슬을 이정재에게 건네며 "우린 깐부잖어"라는 묵직한 대사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오영수. 극 중 참가번호 001번, 뇌종양을 앓는 오일남으로 등장한 오영수는 마냥 신난 모습으로 게임을 즐기다가도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려 들자 "그만하라"고 절규하며 깊은 울림을 줬고, 마지막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오징어 게임’ 작품 안에서 해맑은 아이 같다가도 연륜이 묻어나는 노인으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 오영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그 이지만, 그는 사실 50년 넘게 연극무대를 지켜온 대학로 원로배우다. 여전히 무대 위에서 열정 넘치는 오영수의 골든글로브 연기상 수상은 다른 연극 배우들에게 그 자체로 희망인 것.

오징어 게임 속 '오영수'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63년 친구를 따라 극단 광장 단원에 들어가면서 연기 인생을 시작한 오영수는 현재까지 '리어왕', '파우스트', '3월의 눈',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등 무려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1987년부터 2010년까지는 23년간 국립극단을 지키며 40∼60대를 보낸 오영수는 연극계에서 관록을 인정받는 배우로 꼽힌다. 그러한 공을 인정받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았다.

주요 활동 무대는 연극이지만, 드라마와 영화 출연 등으로 카메라 앞에도 섰다. '오징어 게임' 이전 TV나 스크린에 나온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를 '스님 전문 배우'로 오해하기도 했다. 드라마 '선덕여왕'(2009)에서는 월천대사, 고(故)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에서는 노스님, 2015년 이동통신사 광고에서는 설현과 함께 나룻배에 탄 스님 등으로 등장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오영수 출연 이동통신사 광고 [SKT 광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다양한 작품을 통해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오영수. 그는 작품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 특히 연극 무대를 사랑하는 천생 연기자다. 그런 그가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을 뒤로하고 돌아간 곳도 대학로 무대다. 그는 지난 8일 막이 오른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맡았다. 같은 역에 캐스팅된 배우 신구(85)는 오영수를 "뒤에서 연극을 받치며 조용히 자기 몫을 해내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오영수는 작은 배역의 어린 후배부터 허드렛일하는 막내 스태프까지 누구에게나 친절한 진정한 어른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문화계 행사나 인터뷰 등의 자리에 나설 때면 나이 든 배우들이 설 자리가 부족한 연극계 현실과 국립극단의 정체성 위기 등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어른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이후 치킨 프렌차이즈에서 모델 제의를 받았지만, 작품 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지닌 '깐부'라는 대사를 이용해 광고를 찍는 것은 작품 의미를 훼손한다며 완곡히 거절한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낳았다.

오징어 게임 속 '오영수'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오영수.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라고 꾸밈없는 작은 연극 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면서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연예·스포츠 인기뉴스
오늘의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