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명창 김정민이 이탈리아에서 흥보가를 완창했다. 3시간 넘게 흥보와 놀보를 포함해 등장인물 15명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에게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명창 故 박송희 선생의 제자이자 명창 박록주 선생의 손제자인 김정민 명창은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흥보가’ 이수자로, 제19회 ‘송만갑 판소리 고수대회’ 명창부 대통령상(대상)과 2019년 ‘자랑스런 대한국민大賞’ 문화예술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1994년 개봉한 판소리 영화 ‘휘몰이’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판소리 명창으로 인정받는 그는 예술의 본고장에서 인정받고, 국악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비행길에 올랐다. 이에 지난 2019년 초연에 이어 2년 만인 지난 7일(현지 시각) 다시 한번 이탈리아에서 판소리 ‘흥보가’를 완창했다.

이탈리아 로마 ‘테아트로 토를로니아’ 극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기존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코로나19에 철저히 대응했다. 관객과 스태프 등 전원에게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슈퍼 그린 패스와 48시간 이내의 항원 검사 결과가 요구됐으며, 마스크 역시 필수 착용이었다.
 
이러한 철저한 방역 기준에도 공연은 전석 매진됐으며,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현지 관객들이 참석해 오페라글라스를 들고 공연을 볼 정도로 집중했다. 그리고는 프롬프터 없이 32,764자에 이르는 ‘흥보가’를 외워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노래하고, 풍부한 동작으로 무대를 활보하며 춤을 추는 김정민 명창에게 네 차례의 기립 박수를 보냈다. 

사실 국악인이라고 해도 판소리를 완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정민 명창은 지난 8년간 ‘흥보가’와 ‘적벽가’ 등 총 16회의 판소리를 완창하며 스스로를 단련했다. 이에 피렌체(10일)와 베네치아(14일)에서 이어질 판소리 ‘흥보가’ 완창 공연에도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정민 명창은 “판소리가 제대로 알려진다면 전 세계에서 K-pop 못지않은 인기를 끌 것이다”라며 “이번 공연이 한국 전통 음악의 세계화를 위한 토대라 생각하고,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한국 문화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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