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인류는 과거 수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위기는 종래 찾아 볼 수 없을 만큼의 위력으로 지구촌을 잠식했다. 한 매체에서 세계대전도 겪었던 100세가 넘은 노파가 “이런 끔찍한 광경은 처음이다”라고 탄식했을 정도. 

전염병의 위기는 병마 그 자체도 우리에게 위협이 되었지만 그로 인한 이동량의 대대적인 감소는 경기 침체를 유발하면서 또 다른 심각한 고통 낳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기업은 물론 근로자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과거 경제 위기 때는 대표적으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하에 강제적인 ‘명예’ 퇴직이 노동자를 짓눌렀다면 이번 코로나19 때는 여기에 더해 자발적인 ‘거대한 퇴사’ 물결이 기업은 물론 나아가 경제 구조 자체에 위기가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경제를 중심으로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대한 퇴사(Great Resignation)’. 거대한 퇴사는 근로자 스스로 각자의 이유와 포부로 퇴사를 선택하는 거대한 물결을 말한다.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에서 30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스스로 조기 은퇴를 선택했다. 

갑자기 직장을 관두는 거대한 퇴사의 이유는 무엇일까? 전염병으로 인한 건강 우려가 커진 것과 함께 코로나19 기간 동안 ‘건강’ ‘백신’ ‘코로나’ 등 테마 주 주식과 가상화폐 가치가 급상승하고 주택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반대로 노동 가치는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달 2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S&P500지수는 코로나19 영향이 주식시장을 덮치기 시작한 2020년 3월 16일 대비 98%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케이스실러지수 기준 주택가격은 23% 올랐고, 잘 알려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무려 1074% 급등했다.

이러한 거대한 퇴사는 비단 미국 내에만 국한된 변화가 아니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감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15~64세 근로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보다 2.8% 감소했다.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선진국들로부터 감지되고 있는 거대한 퇴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의 상처가 이제 막 봉합이 시작되려는 찰나에 일면서 다시 대침체를 우려하게 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감지되고 있는 ‘거대한 퇴사’. 이는 1차적으로 기업의 노동력 감소로 인한 위축으로 나타나고 나아가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곧 경제를 발판 삼아 살아가는 인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직은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하나의 물결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거대한 퇴사’가 해일급 파도가 되어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또 반대 시각에선 노동 가치 감소로 인한 ‘거대한 퇴사’는 미래 경제구조의 하나의 패턴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과거 경제위기로 인한 ‘명예퇴직’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거대한 퇴사’ 시대를 맞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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