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강해지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그린플레이션’ 양상이 짙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이어지며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관련 원자재 등 자원의 수요는 늘고 생산은 줄어 자원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 용어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그린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알루미늄, 구리, 니켈 등 여러 비철금속 가격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인포맥스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알루미늄은 47.8%, 구리는 20.7%, 니켈은 15.9% 각각 가격이 상승했다.

이들 금속의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금속들은 전기차·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에 이용되는데, 최근 친환경 정책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오히려 생산은 어려워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전기차·태양광 패널 등의 주요 소재인 알루미늄의 경우 최대 생산지인 중국 정부가 환경 문제로 인해 생산 규제의 고삐를 죄면서 가격이 한층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알루미늄 대란은 중국에서 심화하고 있다. 대량의 전기를 소비하는 알루미늄 생산 과정 특성상 석탄 발전에 따른 탄소 배출량이 많은데 중국 당국의 탄소 감축 드라이브로 생산에 제약이 커지고 있다는 것. 증권업계에 따르면 7월 말부터 윈난성 등 중국 지방정부가 기업들에 대한 전력 공급 제한 조치에 나선 결과 알루미늄 생산시설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알루미늄 외 아연 등 금속에서도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최근 두드러진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도 그린플레이션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천연가스 가격은 각각 52.5%, 102.4% 뛰어올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전체 발전량의 약 16%를 풍력에 의존하는 유럽에서는 올해 예년보다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아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천연가스·석탄 발전이 늘면서 천연가스 가격 상승 및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곧 전체적인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풍력 발전 기술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발생한 근원적인 그린플레이션으로 풀이된다. 태양광 역시 기후에 극도로 민감한데, 이런 에너지원에서 발전된 유휴 전력을 장기간 저장해두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없으면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물가 변동성 확대 및 그린플레이션은 고질적인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탄소 중립, 즉 친환경 경제로 가는 과정에서 관련 원자재와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 그린플레이션. 최근 그린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이것이 시장에 지나친 충격을 주는 부작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속도는 이대로 괜찮은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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