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이윤아 Pro]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恒大·Evergrande)의 채무 위기 ‘헝다 사태’가 중국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중국 경제에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헝다 사태’는 헝다그룹이 그동안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 규제로 자금난에 빠져 파산 위기에 처한 상황을 말한다. 

당국의 고강도 규제로 인한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 등 민영 부문 위축, 코로나19 재확산,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최근 중국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난 가운데 헝다 사태까지 터지며 중국의 경제 불안이 한층 커지게 됐다.

헝다 사태는 차입경영 및 문어발식 확장이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직접적으로는 2020년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 규제가 큰 타격이었다. 시진핑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동부유론을 내걸고 팬데믹 기간에 집값을 올리는 부동산 기업들의 행태를 규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선수금을 제외한 부채비율이 70% 이상 ▲순부채비율이 100% 이상 ▲단기부채가 자본금을 초과, 3가지의 경고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헝다 그룹은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해 금융기관이 더 이상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았다. 

다른 부동산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시작했지만 헝다그룹은 현금성 자산으로 부동산을 더 사들였고 금융기관들에 미운털이 박혔다. 헝다그룹이 경영에 있어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중국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은 헝다가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 3,200만 위안(약 425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헝다가 정상적으로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공식 디폴트 선언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헝다 사태가 실물과 금융을 넘나들며 중국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헝다는 부동산 산업을 대표하는 민영 기업으로서 중국 전역의 280여개 도시에서 1,300여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약 25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채무 불이행을 넘어 헝다가 파산을 거쳐 청산 단계로 가게 되면 건설사, 자재 공급사 등 8천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줄도산하고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견인하는 한편 대규모 고용을 지탱한 시멘트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헝다 사태의 파장이 중국을 넘어 세계 전체 시장에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또한 헝다가 본업인 부동산을 넘어 금융, 전기차, 헬스케어, 식품, 스포츠 등 문어발식으로 벌여 놓은 사업이 너무 많아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헝다 사태’ 상황에 따른 대응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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