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윤아 Pro] 맥주를 따를 때 적당한 거품은 보기에도 좋고 마실 때 부드러운 목넘김을 선사하지만, 거품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잔 밖으로 흘러 넘쳐 테이블과 옷을 더럽히게 된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적당한 거품은 경제에 활력과 긴장감을 주지만, 과도해지는 순간 사회 전반에 악영향이 흘러넘치는 과열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에 우리는 ‘버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거품 위기에 경종을 울린다. 잘 알려진 부동산 버블과 함께 최근 인터넷 산업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닷컴 버블’이 대표적인 예이다. 

닷컴 버블은 인터넷 관련 분야 산업이 성장하면서 주식시장에 진입해있는 기업들의 지분 가격이 급속하게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터넷 도메인 주소를 상징하는 ‘.com(닷컴)’에 거품을 의미하는 ‘Bubble’이 합쳐져 만들어졌으며, 유사한 의미로 ‘IT 버블’ ‘TMT 버블’ ‘인터넷 버블’이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닷컴 버블은 인터넷 산업이 한창 발전하던 1995년부터 2000년대에 걸쳐 발생한 거품 경제 현상이다. 이 시기에 인터넷 기업들의 지분 가격 상승을 보고 달콤한 거품을 맛보기 위한 인터넷 관련 신생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많은 기업들은 실패를 겪어야 했으며, 이들 인터넷 기업의 종목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크고 작은 손실을 입어야 했다.

이러한 닷컴 버블은 인터넷 산업 가속 성장이 이뤄진 2000년대에 더욱 심화했다. 여러 기업들의 성공이 이어지자 포털사이트, SNS, 화상통화, 전자책, 통신 등을 앞세운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인터넷 관련 주가는 폭등하며 거품이 쌓여갔다. 이후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과 시장으로의 불시착, 무리한 인수합병과 사업 확장으로 인한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거품은 와르르 무너졌고, 크고 작은 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는 곧 투자자들의 손실이 되어 ‘닷컴 버블’에 대한 심각성을 확산시켰다.  당시 닷컴 버블을 계기로 인터넷에 치중하던 산업 시장은 다시 제조업과 금융산업 등 여러 분야로 이목이 분산됐으며, ‘거품’이 아닌 안정적인 경제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다시금 ‘닷컴버블’ 양상이 보이고 있다. 이때를 재연하듯 뜨거운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것.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자산이 많던 적던,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광범위하게 투자 거품이 번지고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주식 투자 열풍에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도 사상 최초로 5천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5천2만6천237개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이는 지난 3월 19일 4천만개를 돌파한 이후 5개월 만에 무려 1천만개가 증가한 것이라 이목을 모으고 있다.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2007년 7월 1천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2012년 5월 2천만개를 넘어섰고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하락하던 지난해 3월에도 무려 3천만개를 기록하며 이상하리만큼 투자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는 우선은 이러한 계좌 수의 폭증은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300선을 돌파하고 코스닥지수도 20년 7개월 만에 1,000선을 넘어서는 등 주가가 상승하면서 신규 투자자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한다. 투자 기대 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실제 주식 거래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과열 양상에 ‘닷컴 버블’ 당시를 예로 들며 많은 전문가들은 경고를 하고 있다. 인터넷 산업에 뛰어들었던 신생 업체들처럼 이번에는 투자에 과몰입하는 개미 청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닷컴 버블이 왜 일어났과 결국 왜 무너졌는지를 거울삼아 현재 현상에 대한 원인 그리고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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