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누군가의 절박함이 담긴 청원. 매일 수많은 청원이 올라오지만 그 중 공론화 되는 비율은 극히 드물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지만 조명 받지 못한 소외된 청원을 개봉해 빛을 밝힌다. 

청원(청원시작 2021-08-02 청원마감 2021-09-01)
- 문체부 발표 철회 요구
- naver - ***

카테고리
- 문화/예술/체육/언론

청원내용 전문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 고유 음식인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기(辛奇·중국어 발음은 신치)'로 바꾼다고 지난 7월 22일 발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중국 문자(한자) 명칭을 표기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김치를 중국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한자 명칭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치를 ‘신기(辛奇)’로 표기한다는 것은 너무 황당한 조치입니다. 문체부의 이번 조치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첫째, 김치 대신 신치를 사용하면 수 백 년 동안 사용해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유명사인 김치의 의미가 퇴색하고 국내외적으로 김치에 대한 이미지가 큰 손상을 입습니다. 김치는 많은 외국 특히 중국 사람들도 거의 다 아는 명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치를 대신할 말로 '신치'를 제정한 것은 자칫 한국이 '김치'라는 말을 포기하고 '신치'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으며, 심지어는 김치와 비슷한 신상품 '신치'를 개발한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김치라는 고유명사로 세계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을 갑자기 이름을 바꿔서 신치라고 명명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둘째, 어느 사회, 어느 국가라도 자신들에게 없는 문화를 이해하기 쉽도록 명명하기 위해 자신의 문화와 가장 근접한 용어를 택합니다. 그래서 중국인들도 한국의 김치와 가장 근접한 문화라고 여기는 그들의 ‘파오차이’를 택해 김치를 번역하고 대신 한국의 김치가 자신들의 파오차이와 다른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한궈(한국)’라는 접두어를 붙여서 지금까지 줄곧 ‘한궈 파오차이(韓國泡菜)’라고 불러왔습니다. 따라서 지금으로써는 ‘한궈 파오차이(韓國泡菜)’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괄호 안에 [Kimchi]라는 영어 발음표기를 병기해주는 것이 가장 타당합니다. ‘韓國泡菜[Kimchi]’는 이미 중국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말이며, 이 말만으로도 중국의 파오차이와 한국의 김치는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됩니다. 굳이 생뚱맞게 다시 '신치'라는 말을 지어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셋째, 김치에 새 이름 '신치'를 붙이며 중국 외의 다른 외국에도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미 김치로 알고 있는 외국인들을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고, 김치를 홍보하는 데에 사용하는 용어의 일관성 결여로 홍보효과도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넷째, 한자는 결코 중국만의 문자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이상 사용해왔고 일본도 사용하는 동아시아 공동의 문자입니다. 따라서 한자에는 당연히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한국식 한자 발음이 있습니다. 김치를 ‘辛奇’로 표기하는 순간 중국발음으로는 ‘신치’가 되지만, 한국식 한자발음으로는 ‘신기’가 됩니다. 자랑스러운 고유명사 ‘김치’가 우리나라 내에서도 ‘신기’로 둔갑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지금 당장이야 김치를 신기라고 부르지 않겠지만, 세월이 흐르면 김치의 또 다른 이름이 된 '신기'로 인해 김치의 고유성이 퇴색하고 김치의 국적이 불분명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문체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는 한자를 전혀 사용할 일이 없다는 전제 아래 오로지 중국만을 의식해 취한 졸속 조치입니다. 과거에 이명박 서울 시장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국문자 표기를 '수이(首爾)'라고 만들어 중국에 제공했습니다. 首爾에 대한 한국 한자 발음은 '수이'이므로 이때부터 ‘서울시’는 본의 아니게 ‘수이시’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하철3호선 서울교대 역에는 '首爾敎大'역이라는 중국어 표기가 있습니다. 서울교육대학이 수이교육대학으로 둔갑한 것입니다. 김치를 신치로 바꾸는 것은 이와 똑같은 허무맹랑한 실수를 다시 범하는 처사입니다.
다섯째, 한국의 고유명사를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어떻게 읽을 것인지는 완전히 그들의 문제입니다. ‘워싱턴’을 ‘화성둔(華盛頓)’이라 부르고 코카콜라를 ‘커커우커러(可口可樂)’라고 쓰는 것은 중국인들 스스로 그들의 문자생활을 위해 고안한 것이지 미국이 나서서 그렇게 지어 준 게 아닙니다. 세계의 어떤 나라든 우리의 ‘김치’를 그들의 언어로 표현할 필요가 있을 때 그들은 그들이 선호하는 방식에 따라 표현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나서서 ‘김치’라는 고유명사의 고유발음을 버리면서까지 '신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처사이자 망국적인 신사대주의적 발상입니다. 중국이 이미 한국의 김치에 대해 '한궈(한국)파오차이'라는 용어를 수 십 년간 사용해 옴으로써 그들의 파오차이와 우리의 김치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면 이미 그들의 사회에 정착된 '한궈파오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놓아두면 됩니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새삼스럽게 신치(辛奇)라는 기괴한 말을 만들어 줄 필요가 없습니다. 서양에서도 동아시아의 고유예술인 ‘서예’를 서양의 ‘캘리그라피(Calligraphy)’와 차별화하기 위하여 ‘차이니스 캘리그라피(Chinese Calligraphy)’라고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이 용어만으로도 서양 사람들은 서양의 ‘캘리그라피(Calligraphy)와 동양의 서예를 잘 구분합니다.
여섯째, 중국은 우리의 한류 스타나 대통령님을 절대 한국어 고유명사 발음으로 읽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국에는 '이영애'도 '송혜교'도 없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도 없습니다. '리링아이', '송후이쟈오'와 진따종', '루우쉔', '원짜이인' 대통령만 있습니다. 지명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 고유의 지명을 중국인들은 어디에서도 우리의 발음으로 읽지 않습니다. 제주도는 '지저우다오'로 경주는 '칭저우'로 전주는 '췐저우'로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에 모택동 등소평, 상해, 북경으로 부르던 것을 다 중국어 발음으로 바꿔 '마오쩌둥', '덩샤오핑', 상하이' ,'베이징'등 원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엄청난 문화 사대주의입니다. '원음주의'라는 대단히 잘못된 언어정책입니다. 우리가 다시 우리의 고유명사 김치를 버리고 '신치'라는 말을 지어서 중국에 제공하고, 앞으로 김치를 신치라고 부르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은 가히 망국적인 사대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신치라는 용어를 철회하지 않는 한, 중국인들은 머지않아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는 ‘신치’가 있잖아요? 김치 즉 파오차이는 중국의 고유음식입니다.” 우리가 ‘재중동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중국이 사용하는 ‘조선족’이라는 말을 덩달아 사용함으로써 북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를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으로 치부하려 드는 중국의 계략에 휘말리게 된 악몽 같은 현실을 반복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로 하여금 당장 ‘신치(辛奇)’라는 표기를 철회하도록 조치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청원인: 전북 전주시 덕진구 태진로 101 김병기

취재 결과>> 청원 UNBOXING_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왈(曰)

“최근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가 중국의 절임음식인 ‘포채(泡菜, 중국어 발음: 파오차이)’로 번역돼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이번 개정은 우리 문화의 고유성을 살려 번역하고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번 훈령 개정으로 김치와 중국 음식 파오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