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최근 TV광고에 가상인간이 등장했다. 가상인간 ‘로지’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광고 제의가 쏟아지고 있으며 단숨에 MZ세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표정으로 세련된 춤선을 선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사 이미지는 홍보할 수 있겠지만 자세한 정보 전달을 하게 되면 ‘불쾌한 골짜기’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불쾌한 골짜기’는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한 존재를 볼 때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이것은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논문을 통해 소개되었다.

모리의 이론에 따르면 로봇이 점점 더 사람의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 이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부터 인간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때는 인간과 다른 불완전성이 부각되어 이상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수준을 넘어 로봇의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호감도는 다시 증가하여 인간이 인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수준까지 접근하게 된다. 이렇게 급하강했다가 급상승한 호감도 구간을 그래프로 그렸을 때 깊은 골짜기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라 명명됐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로봇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인간과 닮은 인형이나 3D 애니메이션, 좀비 등을 볼 때 불쾌감을 느끼는 것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 예로 영화의 공포물에서는 인형을 많이 사용하는데 인간과 어설프게 닮은 대상이라도 비슷한 특성이나 현상을 보이면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는 캐릭터들의 자연스러운 동작과 그래픽 수준이 지금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 불쾌한 골짜기를 느꼈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으며 극장 개봉 시 무섭다며 우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각종 매체에서 불쾌한 골짜기의 예시로 종종 인용되기도 한다. 

또한 기형이나 이질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평범한 나의 무리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불길한 암시를 일으켜 본능적인 경계심을 발동시키는 것이다. 

불쾌한 골짜기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최근에는 인간과 매우 흡사한 가상인간의 인플루언서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며 기업의 매출 신장에 이바지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면 실제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부 질감이나 표정을 하고 있으며 같이 서 있는 실제 인간 모델과도 이질감이 없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면서 가상업계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가상인간의 인플루언서들이 활동 중인 가운데 가상의 인간들이 불쾌한 골짜기는 피해 인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어도 정확한 정보 전달로 인간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