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임수현 수습]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원안과 제작을 맡고,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합작 영화 ‘랑종’. 영화 ‘랑종’은 2021년 여름 공포 스릴러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랑종’.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이산 지역에서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인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싸와니 우툼마)을 취재하는 다큐 제작팀의 시선으로 출발해 상영시간 131분 동안 관객을 흡입한다.

영화 '랑종'은 '곡성'(2016)의 나홍진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데뷔작 '셔터'(2004)와 태국 흥행작인 '피막'(2014)으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은 공포물이다. 나 감독이 제작을 맡고, 태국에서 100% 촬영되며 글로벌 프로젝트로 불렸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일광'의 전사를 그려보고 싶었으나 '곡성'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반종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나홍진 감독과 반종 감독은 '곡성'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영화 '랑종'이 '곡성'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점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끌어들인 리얼리티(reality)다. 

영화는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인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 ‘님’을 취재하는 다큐 제작팀의 시선으로 출발한다. 초반부 이산 지역의 무속 신앙에 대해 쉽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던 영화는 ‘밍’의 상태가 심각해지면서 잡귀들에게 잠식당한 그녀의 끔찍한 이상 행동들을 핸드헬드 카메라와 CCTV로 집요하게 담는다.

영화의 배경은 태국 북동부 아산 지역의 시골 마을. 이곳에서는 나무, 숲, 집안 모든 것에는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보이지 않는 존재의 부름을 받는 이들이 있다. 신을 모시는 무당, 태국에서는 이들을 '랑종'이라고 부른다.

카메라는 반야신을 거부한 언니 대신 신내림을 받고 랑종이 된 님(싸와니 우툼마)을 비춘다. 마을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깃든 병을 고치는 님을 통해 태국의 무속신앙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며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영화 ‘랑종’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님이 형부의 장례식장에서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시작한다. 마치 딴사람이 된 듯한 밍의 눈빛과 행동은 섬뜩한 느낌을 준다. 밍이 겪고 있는 것은 신병. 신내림을 거부하는 밍의 증상은 반야신을 거부한 엄마, 개고기를 팔아온 집안의 생업 등 집안의 업보가 겹쳐지면서 심해져 간다.

온갖 잡귀들에게 몸을 잠식당하며 욕망을 분출해내는 밍의 끔찍한 행동들은 극의 긴장감을 높여간다. 빙의된 몸인 20대 여성인 밍 자신과 약자인 아이, 동물 등에 행해지는 인간성을 상실한 행동들은 폭력적인 수준이어서 관객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다는 후문. 특히 밍을 연기한 나릴야 군몽콘켓은 빙의된 상태의 기이한 몸짓을 몰입감 있게 연기한다. 거기에 더해 짙은 녹색의 습기를 머금은 숲과 안개, 흐린 회색 하늘 아래 부는 바람 등 태국의 자연 풍광은 영화의 공포감을 더하는 요소다. 영화 ‘랑종’의 깜짝 놀라거나 무서운 장면들은 후반부에 몰려있다.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이어져 눈을 질끈 감게 되는데, 충격적이고 불쾌한 장면들이 후반부에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영화 ‘랑종’의 아쉬운 점은 없을까? ‘불쾌함’ '충격'이라는 영화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몰아치다 보니 기이함을 곱씹을 만한 여운이나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선사하는 재미는 찾기 어려운 편이라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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