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평범한 일상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성인 취미나 음악,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음악을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마땅히 배울 곳을 알지 못해 마음에만 품고 있는 사람도 많다. 또한, 뒤늦게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미술학원을 찾아 나서다가도 잘할 수 있을지 이내 겁을 먹고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미술을 배우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그림을 그리는 데는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재료와 방법을 사용해 그림을 그려야 자신의 마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방법적인 부분을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 잘 그리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그림을 통해 얼마나 내 생각을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이에 관하여 마포 연남동에서 아트페인팅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안서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마포 아트페인팅스튜디오 안서연 대표
▲ 마포 아트페인팅스튜디오 안서연 대표

Q. 아트페인팅스튜디오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주십시오.
A. 어릴 때부터 누구나 미술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한 번쯤 가져봤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미술에 관심이 매우 컸고 그것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다. 미대 입시 미술을 준비할 때엔 모든 게 화려해 보이고 내가 굉장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아니더라. 미술에 대한 틀과 정의를 누가 내린 거지? 기초는 어디서부터가 기초이며, 수준 높은 그림은 어느 그림이 수준이 높다는 걸 누가 정한 거지? 꼭 이런 틀에 박힌 그림만 그려야 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예술계의 문턱은 굉장히 높아서 쉽사리 도전하기도 어렵다. 어느 그림은 점 하나를 찍어놔도 몇십, 몇백억원씩하고 정말 재능이 있는 작가들이 많은데도 문턱이 높이 발을 내딛지도 못하는 작가들도 수두룩하다. 예술은 말 그대로 돈도 많이 들어가고 흔히 말하는 ‘빽’이라는 조력자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어릴 때부터 느끼다 보니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았다.

성인이 돼서는 미술을 배울 수 없을까. 물론 어릴 때부터 꾸준히 배워온다면 남들보다 더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정이 여의치 못해 미대를 못가거나 미술을 배울 수 없는 사람도 있지 않을 것인가.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미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제도는 대학뿐인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인이 되면 꼭 나만의 작품을 그려내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세상 밖으로 나와보니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미술을 공부하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제대로 미술을 공부하는 친구들은 극히 드물었으며 대부분 디자인 계통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일러스트와 포토샵 등의 디자인을 배우면서 프리랜서로만 일해 왔다. 그렇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직장생활도 안 해본 채 서른 살이 되었다. 그렇게 점점 이렇게 지내다가는 앞으로 더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그래서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내가 그동안 느끼고 생각해왔던 일을 시작한 것이 바로 아트페인팅스튜디오다. 흔히 말하는 일반인 미술 비전공자들도 쉽게 미술을 접하게 하자는 마음 하나로 화실을 차리게 되었다.

Q. 아트페인팅스튜디오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분들이 취미로 많이 즐기러 오신다. 나는 앞으로 40대, 50대 분들도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취미도 즐긴다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일상에서의 시야가 굉장히 넓어지고 감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강료 안에 모든 재료가 다 포함되어있다. 물론 캔버스 크기가 많이 크면 그만큼의 차액은 받지만 20호까지는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화실 내에 있는 미술 재료, 물감, 캔버스 등등 모든 것을 자유롭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Q. 여타 유사 업종과 비교해 볼 때의 아트페인팅스튜디오만의 특징을 말씀해주십시오.
A. 흔히 말하는 성인취미미술학원은 시간이 돈이다. 시간 안에 그림을 끝내야 다른 수강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시간표가 짜여 있고 시간이 정해져 있다. 반면 아트페인팅스튜디오는 시간도, 날짜도 모두 정해져 있지 않고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혼자 대화를 나누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여러 사람과 함께 그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기에 개개인의 시간과 기호에 맞춰드리는 편이다. 게다가 우린 시간제한을 따로 두지 않았다. 오히려 수강생이 지쳐서 “그만할래요”라고 할 정도였다.

물론 시간제한이 2시간 30분으로 적혀 있긴 하지만 나는 더 그리고 싶으면 더 그리라고 말씀드린다. 시간에 쫓겨서 빨리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조급함과 압박감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게다가 추상화라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에너지 소비가 심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도 줘야 한다. 더 나은 창작 활동을 위해서 30분 단위로 무료로 시간을 드리는 편이다. 이것이 우리 아트페인팅스튜디오의 특징이자 장점인 것 같다.

▲ 마포 아트페인팅스튜디오 내부전경
▲ 마포 아트페인팅스튜디오 내부전경

Q. 아트페인팅스튜디오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우선 다른 화실과는 다르게 ‘추상화’를 전문으로 하며,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화실이 우리 아트페인팅스튜디오이다. 난 어릴 적부터 틀에 맞춰진 그림을 싫어했다. 내 마음을 마음껏 표출하고 글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게 추상화를 많이 그려왔다. 보고 그리는 것을 모작이라고 하는데 모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30년 동안 입시 미술을 제외하고는 꽃, 바다 등을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우리 화실은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으면 한다. 말 그대로 바다라고 하면 파란색, 무지개라고 하면 무지개색 그대로를 그려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독창성을 발휘해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누구나 잠재되어있는 예술적 감각이나 상상력, 독창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러한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해냈으면 좋겠다.

또한, 한 수강생이 오면 대화를 굉장히 많이 나눈다. 어떠한 마음을 갖고 이곳에 왔는지, 단순히 힐링을 위해서 왔는지,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서 왔는지 등 ‘사람’에 대해 알아야 그 사람에 그림도 보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십시오.
A. 정규반을 등록한 수강생들에게는 작가 노트를 쓰고 그리는 것을 권장한다. 이건 나만 생각해낼 수 있는 일기나 마찬가지기에 글과 그림을 써보시라고 권유한다. 처음에는 대개 어색해하시고 어떻게 하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지 굉장히 어려워하신다.

나 또한 그랬다. 처음 창업을 결심하고 에스지큐갤러리라는 곳에 다녔는데 이곳에서 배운 것이 바로 손으로 그리고 쓰는 작가 노트였다. 이곳은 전시반이 따로 있어서 전시반에서 작가 노트를 쓰는데 그것이 굉장히 색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그동안 작가 노트라는 것을 컴퓨터로만 일기장처럼 작성해왔지 노트로 그림을 그리며 할 생각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에스지큐갤러리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아트페인팅스튜디오 수강생에게도 작가 노트를 쓰시라고 권장했는데 몇몇 분들은 집에서 써오신 것들을 읽고 다시 보시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시기도 했다.

보통 힘들었던 일들을 많이 적으시는데 어느 한 분은 종이를 구겨서 오시고, 처음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으셨고, 작가 노트엔 싫다는 부정적인 말들과 기괴한 그림뿐이었다. 나도 기괴한 그림도 많이 그렸던 터라 그 마음이 많이 이해가 됐다. 그런데 말을 걸어도 대답도 잘 안 해주고 금방 그만두실 것 같았던 분이 먼저 인사를 하시고, 오늘 작가 노트엔 이런 걸 적고 그리셨다며 먼저 말을 걸어오시더라.

처음에는 정말 알아볼 수도 없고 주제도 없는 그림만 그리셨다면 화실을 다니고 나서는 밝은 컬러를 사용하기 시작하시고 “그리고 싶은 게 생겼어요”라는 말씀도 하셨다. 사람이 한순간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달라진 게 보였다. 그분은 아직도 화실을 다니고 계시고 나중에는 더 많은 재료를 사용해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 점이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나라는 사람, 그리고 아트페인팅스튜디오를 겪으면서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 해맑게 웃는 모습이 기쁘다. 되려 가까운 사람에겐 털어놓지 못하는 말도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마음 편한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

▲ 마포 아트페인팅스튜디오 주요 포트폴리오
▲ 마포 아트페인팅스튜디오 주요 포트폴리오

Q. 아트페인팅스튜디오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주십시오.
A. 앞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전업 작가 활동도 함께 하고 싶고 스튜디오에 전시 반을 개설해 그림을 그리러 오는 사람들에게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싶다. 내 그림을 전시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 짜릿하고 벅찬 감동을 사람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처음 에스지큐갤러리에서 처음 전시를 했을 때의 기분을 여러 사람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현재 온라인갤러리인 ‘그로우갤러리’ 도 오픈했다. 그로우갤러리는 성장하는 갤러리라는 뜻으로 아트페인팅스튜디오에서 만든 온라인 갤러리다. 인터넷으로 스튜디오 수강생들의 작품을 판매, 전시해주기도하고 여러 작가들의 그림작품뿐만 아니라 오브제 같은 작품들도 전시, 판매하고 작가양성도 시작하고 있다. 

현재는 성인만 가르치지만 좀 더 나아가 아이들도 가르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굉장히 좋아할뿐더러 아이들의 생각과 창의성은 절대로 어른들이 따라갈 수 없기에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도 받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의 그림에는 알 수 없는 묘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힘을 더 크게 키워주고 알아봐주는 것이 내 몫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더 큰 창의성과 무한한세상을 그리게끔 해주고 싶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초보자도 그릴 수 있냐’, ‘비전공자인데 할 수 있냐’라는 질문이다. 당연히 누구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처음 몇 번으로는 드라마틱하게 그림을 그려낼 수는 없어도 꾸준히만 따라와 준다면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그림은 그려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최근에는 태블릿, 아이패드, 컴퓨터 등 디지털로 그림 그리는 것도 많아졌는데 모든 것이 쉽게 얻어지고 쉽게 사라지는 요즘 아트페인팅스튜디오에서 손으로 그리는 아날로그 방식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나아가 그림을 통해서 자신감과 많은 이야기를 그림을 그리며 내뱉으셨으면 좋겠다. 그림은 대화와 마찬가지로 소통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람을 졸라맨 밖에 못 그려요!’라고 하셔도 상관없다. 용기만 갖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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